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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바이지은 Jan 03. 2024

우리는 집 평수를 늘리기로 했다

오! 나의 두 번째 집

두 번째 집은 집을 산 지 3년 만인 2019년 2월에 계약서를 썼다. 

'이사를 했다'가 아니라 꼭 '계약서를 썼다'고 표현을 해야 한다. 이유가 있다.


아무튼 그때는 살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짬이 차던 때였다. 

슬슬 주방 구조, 수납, 쓰리베이, 포베이, 팬트리가 뭔지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투베이에 팬트리가 없고 주방이 좁게 빠진 집이었다. (이 집을 살 땐 몰랐다.) 

수납장을 따로 사서 주방 구석에 놓아도 부족했다. 

아이가 커가며 짐이 계속 늘어나는데, 

내가 애 낳고 수능 다시 봐서 대학 공부까지 하게 되면서 책상, 책장 같은 가구를 뺄 수도 없던 때였다. 

거기다 아이 할머니의 드넓은 사랑으로 미끄럼틀 장난감에 초대형 트램펄린까지 선물 받고 나니 

여기가 집인지 어린이집인지 몰랐다. 그즈음이었다. 

평소와 같이 일상적으로 단지 앞 부동산 앞을 지나가는데, 

그날따라 유독 매일 오가던 그 길에 붙어 있는 전단지가 시선을 끌었다. 

어?!! 매매가가 훌쩍 올라있었다.


어, 집값이 올랐네?

우리가 산 금액보다 8천만 원가량 오른 가격이었다. 

8천만 원은 우리에게 아주 큰돈이었다. 

이게 뭔 일인가 하고 부동산에 들어가 물으니 주변 아파트의 분양과 입주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슬금슬금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고 했다. 

그때 번쩍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어, 그럼 더 오르기 전에 평수를 한번 넓혀볼까?' 


안 그래도 집안 수납 때문에 머리가 아프던 때였으니, 집 오른 김에 팔고 갈아타면 어떨까?!

정말 좋지 않을까?! 아 지금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막 이사를 하고 싶은 거지?!!

나는 꽤 소심한 인간이라 그땐 차마 입 밖으로 낼 순 없어서 

그냥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는데, 그날 밤이었나. 

거실에서 멍하니 티비를 보던 남편 옆에 앉아있는데 

불쑥 "우리 이참에 집 한번 옮겨볼까?" 하는 거다. 

뭐 부동산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시시껄렁한 종편 예능프로를 켜놓고 있었던 거 같은데

갑자기 맥락에도 없는 이사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러니까 남편도 그 부동산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단다. '집을 갈아타야겠다!' 

우리 부부가 그렇게 완벽히 마음이 맞았던 때가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낀 부부일심동체의 순간이었다. 


부부의 뜻이 일치했으니 이제 실행을 할 때였다.

그래도 집을 사고파는 일은 큰 일이니 먼저 시장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동네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던 터라 경제적으로 무리하긴 해야 했지만, 

계산해 보니 아주 못할 것도 아니었다. 

특히 대출 조건이 아주 좋았다. 

2019년이었다. 정부에서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던 때다. 

계산기를 돌려보니 저금리에 신혼부부 우대까지 받아 무려 2점 초반대 금리가 나왔다. 

거기에 주택금융공사 상품으로 체증식 분할상환을 적용하니 

기존 집 아파트 원리금보다 부담해야 할 할 돈이 적었다. 

아니 이러면 이사를 안 할 이유가 없지!!


바로 집을 보러 다녔다. 우선 평수는 39평대로 정하고 집을 보았는데 6평의 차이가 엄청 컸다. 

넉넉한 팬트리가 있고, 주방과 거실이 광활해지고, 방이 한 칸 더 늘었다. 너~~ 무 좋았다.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는데 마치 내 집이 된 것 마냥

이방은 서재로 쓰고, 안방 침대 머리는 서쪽이 좋겠고, 

부엌 싱크대는 필름 작업을 해야지 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남향이라는데 정남향이 맞는지 거실 창가에 서서 핸드폰 나침판을 돌려보기도 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있었다.  

같은 단지에 같은 평수인데도 동이나 호수, 조망, 타입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집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취향이라 오히려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몇 군데 집을 보러 다니며 다음에 드는 집이 한두 군데 생기던 어느 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사모님~ 그때 본 집 있잖아요~ 그 가격에 안될 거 같아요~ 집주인이 매매가를 천만 원이나 올렸어~"

"네? 그 집이 천만 원이나 올렸다구요?"

"그러니까~ 나도 요즘 아주 힘들어죽겠어. 매도자들이 자꾸 가격을 올려서 미치고 환장하겠어"

"아니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오른대요?"

"그러니까 말이야~ 최고가로 거래되는 건이 계속 생기니까 

 그거 보고 집주인들이 너도 나도 올리고 하는 거지. 올려도 거래가 되니까~"

"어유 어떡하죠? ㅠㅠ"

"그니까 자기도 살 거면 얼른 결정해. 자기가 마음에 든다는 집 있지~ 

 거기 윗집이 조만간에 3천 올려서 내놓는대~ 그럼 거기도 또 올린다고 할지 몰라~"

"아니, 근데 아직 저희 집이 안 팔렸는데요~"

"아니, 이런 상승장에는 선매수 후매도를 해야 돼! 내 집 팔고 나면 다른 집은 더 올라있다니깐~"


정말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을 검색해 보면 오늘과 내일의 가격이 달랐다.

더 오를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있었다.

이를 어쩌지 마음이 급했다. 

원래는 기존 집 매도 계약서를 쓰고 마음에 드는 몇 군데 리스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매수 계약서를 쓸 예정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마음이 더 급했다. 내 남편 성격이 그렇게 급한지 그때 알았다.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던 날, 일단 사무실에 와서 이야기하자는 사장님의 제안에

만사 제처 두고 부동산에 달려가더니

푹신한 소파에 앉아 사장님과 30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무렵

어느새 남편 손에는 인감도장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아직 내 집이 팔리지도 않았는데 계약서를 썼다. 

이전까진 생각도 못했던 '선매수 후매도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용감하게, 무모하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걱정과 부담이라는 곰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올라타고 있었다.

내 속도 모르는 부동산 소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잔금일은 넉넉하게 4개월 후로 해줄게~ 그 안엔 무조건 팔려~ 내가 책임지고 팔아줄게~"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 말대로 내 집이 수월하게 팔릴 거라 믿었다.

부동산 소장님이 원데이투데이 일한 게 아닐 텐데 허튼소리 할 일은 없겠지 했다.

그래서 무사히 잔금을 치르고 제때 이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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