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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게 더 편한 사람

우리는 '의존형 빌런'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by 파사리즘

신입사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전문지식일까, 아니면 기술적 능력일까.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진짜로 빛을 발하는 것은 스스로 배우려는 태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신입사원들은 이 기본을 놓친 채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 한 신입사원이 바로 그랬다. 그는 어떤 업무를 맡아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매번 동료에게 다가와 “이건 어떻게 하나요?”라며 묻기를 반복했다. 물론 신입이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묻는 방식이었다. 기본 매뉴얼이나 내부 자료, 심지어 지난번에 이미 알려준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사람을 붙잡고 물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처음엔 친절히 알려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국 동료들은 “이건 지난번에도 설명했잖아”라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팀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더 큰 문제는 ‘무능함의 역설’이다. 그 신입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가 줄어들었다. 중요한 과제나 책임 있는 프로젝트는 맡길 수 없었고, 단순 반복 업무나 작은 심부름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편해졌다. “내가 일을 못하면 오히려 일이 적어지네.” 이런 잘못된 학습 효과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지 않아도 당장 큰 불이익은 없는 듯 보이고, 책임은 남에게 전가되니 그 상황에 안주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넘어간다는 데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업무를 떠맡게 되고, 성과 압박은 특정인에게 집중된다. 팀은 불균형해지고, 유능한 직원일수록 과부하에 시달리게 된다. 반대로 일을 못하는 신입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위치에 머물며 점점 더 태만해진다. 결국 이런 구조는 “열심히 하는 사람만 더 고생하는 조직”이라는 불만을 낳게 된다.


리더의 역할은 바로 여기서 중요하다. 신입사원이 묻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묻는 태도와 이후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질문 전에 스스로 찾아본 흔적이 있는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해보려는 시도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정 없이 무작정 묻고, 결국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배움이 아니라 책임 회피일 뿐이다.


의존형 빌런의 문제는 단순히 “일을 못한다”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태도는 조직 안에서 보이지 않게 학습된다. 다른 신입들도 “굳이 애써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성실한 사람은 점점 더 지쳐서 조직을 떠날 수 있다. 결국 남는 것은 무능에 길들여진 집단,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문화뿐이다.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무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무노력이라는 사실이다. 모르는 것은 배울 수 있지만, 배우려 하지 않는 태도는 어떤 교육으로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리더는 신입사원에게 업무 스킬보다 먼저, 스스로 탐구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가르쳐야 한다. 배우려는 태도를 갖춘 신입은 언젠가 반드시 성장하지만, 묻기만 하는 신입은 끝내 조직을 병들게 하는 빌런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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