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차례나 욕실을 들락거렸습니다. 머리를 감고 샤워도 했습니다. 더위 때문입니다.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입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덥기도 하려니와 습도가 높습니다.
옛날에는 정해진 목욕 날이 있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문화행사입니다. 온 국민이 목욕하는 날로 알고 있었으니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월 단오와 유월 유두 절입니다. 농사와 관련지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목욕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옛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목욕문화가 발달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대중목욕탕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가정에는 목욕시설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목욕해야 할 경우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사용했습니다. 제삿날이나 설날 등 특별한 날을 앞두고 하는 일입니다. 옛날 온천욕은 청결보다는 치료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세종대왕이 치료차 온천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천욕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 자랑거리입니다.
대중 목욕탕이 생기고 나서의 에피소드입니다.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져 올 무렵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불을 한 아름 안고 왔습니다.
“마감 시간입니다.”
“괜찮습니다. 잠깐이면 돼요.”
종업원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이불을 꺼냈습니다. 어차피 버릴 물이니 빨래해야겠답니다. 날씨가 추울 때라 찬물에 세탁하기보다는 따스한 물을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종업원은 쀼루퉁한 채 빨리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목욕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대중목욕탕은 물론 사계절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정에도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설과 용구들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후텁지근한 날에는 고향에서의 등목이 생각납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샘가에 엎드립니다. ‘찰싹’ 아프지 않을 정도의 손바닥이 등짝에 닿습니다. 이어 어름보다 찬물이 등골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