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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30. 목욕하는 날

by 지금은 Nov 30. 2024

오늘은 몇 차례나 욕실을 들락거렸습니다. 머리를 감고 샤워도 했습니다. 더위 때문입니다.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입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덥기도 하려니와 습도가 높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옛날에는 정해진 목욕 날이 있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문화행사입니다. 온 국민이 목욕하는 날로 알고 있었으니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월 단오와 유월 유두 절입니다. 농사와 관련지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목욕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옛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목욕문화가 발달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대중목욕탕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가정에는 목욕시설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목욕해야 할 경우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사용했습니다. 제삿날이나 설날 등 특별한 날을 앞두고 하는 일입니다. 옛날 온천욕은 청결보다는 치료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세종대왕이 치료차 온천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천욕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 자랑거리입니다.


대중 목욕탕이 생기고 나서의 에피소드입니다.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져 올 무렵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불을 한 아름 안고 왔습니다.


“마감 시간입니다.”


“괜찮습니다. 잠깐이면 돼요.”


종업원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이불을 꺼냈습니다. 어차피 버릴 물이니 빨래해야겠답니다. 날씨가 추울 때라 찬물에 세탁하기보다는 따스한 물을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종업원은 쀼루퉁한 채 빨리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목욕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대중목욕탕은 물론 사계절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정에도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설과 용구들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후텁지근한 날에는 고향에서의 등목이 생각납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샘가에 엎드립니다. ‘찰싹’ 아프지 않을 정도의 손바닥이 등짝에 닿습니다. 이어 어름보다 찬물이 등골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립니다.


‘으아 으.’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피서는 아무래도 등목만 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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