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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慰勞)와 애도(哀悼)

by 정한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위로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다.


위로, 한자로는 慰(위로할 위)와 勞(위로할 로)가 합해진 단어이다. 둘 다 위로를 뜻하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慰(위)는 죽음에 대한 위로, 勞(로)는 수고나 고통에 대한 위로이다.

慰(위로할 위)는 전문에서부터 보인다. 尉(벼슬 위)와 心(마음 심)으로 구성되었는데, 尉(벼슬 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성경 속 한 장면이 보인다.


"너는 수송아지를 회막 앞으로 끌어오고 아론과 그 아들들은 그 송아지 머리에 안수할지며(출 29:10)"



尉(벼슬 위)는 尼(가까울 니)와 寸(마디 촌), 그리고 火(불 화)로 이루어졌다. 이를 위 성경구절에 대입하면 '희생제물(尸주검 시)에 가까이 다가가(匕=比) 손을 대다(寸)'는 뜻으로, 제사장이 화제(火祭 : 희생제물을 불에 태워서 바치는 제사)로 드리는 희생제물에 '안수(按手)'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해서체(尉)는 제단(示) 위에 놓인 희생제물(尸)에 손(寸)을 얹어 안수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렇듯 尉(벼슬 위)의 원래의미는 '안수(按手)'이다. 원래는 희생에게 행하는 의식이었지만 나중에 축복이나 위로의 의미로 사람에게도 행해지면서 '위로하다, 평안하다, 안심시키다'등의 뜻이 나왔다. 후에 이 글자가 제사를 주관하는 벼슬자리의 이름으로 쓰이게 되면서 '벼슬'을 뜻하게 되자 그 본래의미는 心(마음 심)을 더해 慰(위로할 위)로 썼다. '제사장이 안수를 행하여(尉) 마음을 위로하다(心)'라는 뜻이다.


위 성경예문에서 '안수'로 번역된 히브리어 "싸마크"는 '손을 올려 편안하게 하다(按), 쉬게 하다'이다. 문자적 의미와 같이 구약시대의 안수는 제사장이 희생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어 위로하는 제사 의식이다. 손을 희생의 머리에 올리는 것은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기도이며, 더불어 인간의 죄를 희생에게 전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한자 慰(위)가 보여주는 모습이 구약시대 히브리인들의 안수의식과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형태나 의미를 보면 분명 고대 중국에서도 조문 또는 제사의 한 방법으로 안수 혹은 그와 유사한 의식이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勞(일할로/위로할 로)의 갑골문은 熒(등불 형)과 衣(옷 의)의 결합자로 등불 앞에서 옷을 짓는 모습을 그렸다. 금문의 다른 자형은 옷 대신 心(마음 심)이 들어갔다. 따라서 勞(일할 로)의 원래의미는 밤에 등불을 켜고 바느질을 하는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과도한 일을 뜻한다. 이로부터 '애쓰다, 지치다, 고달프다'등의 뜻이 나왔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수고나 고통을 '위로하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결국 위로(慰勞)는 슬픔이나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사람을 달래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한다.


한편 '위로하다'를 뜻하는 영어 'console'은 'con(함께) + sole(위로하다, 달래다)'의 합성어로 '위로하기 위해서 함께하다'를 뜻한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위로의 근본은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도(哀悼)의 문자적 의미는 무엇일까?

哀.JPG

哀(슬플 애)의 금문은 衣(옷 의) 자의 가운데에 口(입 구)를 더한 형태이다. 여기서 衣(옷 의)는 품거나 간직하는 것으로서 생각이나 감정을 품는 가슴(마음)을 상징한다. 그 심중에서 나오는 소리를 哀(애)라 한다. 그 소리는 슬픔, 동정, 후회 등 가슴속에 품고 있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할 때에 동반되는 애끓는 소리를 뜻한다.


그런가 하면 悼(슬퍼할 도)는 心(마음 심)과 卓(높을 탁)으로 구성되었다. 마음속에서 감정이 결렬하게 일어나 정상까지 치솟는 것을 뜻한다.


결국 애도(哀悼)는 상실의 슬픔(哀)으로 애끓는 감정이 격렬하게 일어나 높이 치솟는(卓) 것으로 더 이상 오를 데 없는 극한 슬픔을 말한다.




제주항공 2216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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