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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현 Sep 25. 2020

광고 촬영장에서 쫄지 않는 비결

나는 비록 약할지라도 뭉치면 힘이 세지는 마법 같은 일, 팀워크


나는 광고 촬영을 좋아한다.


촬영 준비는 힘들고, 촬영 시간 동안 내내 등에서 땀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긴장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촬영장이 좋다.


이제 본부장이 되었는데 굳이 내가 촬영장에 가야 하느냐고 가끔 징징거리긴 하지만, 촬영이 잡히면 소매 걷어붙이고 장비 들쳐 매고 씩씩하게 앞장서서 나간다. 촬영장에서 듣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어요' 한 마디에 의기양양 해진다.


내가 실력 있고 유능한 PD라서 촬영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 경험도 모자라고 실력도 부족하지만 늘 믿는 구석이 있다. 그건 바로 나와 함께하는 '팀'이다.


촬영장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직급체계, 나이, 연차 같은 것은 사라지고 오로지 역할(Roll)만 남는다. 나이가 어려도 메인 PD를 맡았다면 그가 하는 말 대로 모든 스텝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심지어 촬영을 위해 돈을 집행하는 클라이언트도 손이 모자라면 소품 세팅을 돕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는 혼자서 절대로 광고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혼자서 촬영을 할 수 없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촬영이라도 모든 역할이 필요하고, 한 가지의 역할이 없으면 딱 그만큼 결과물이 부족하게 나온다. 그래서 규모가 작던 크던,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되건 간에 필요에 맞게 잘 짜인 촬영팀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촬영장에서 개인을 위한 움직임은 거의 없다. 소품에 붙은 작은 먼지를 닦고, 바닥에 널려있는 케이블을 정리하고. 사소해 보이는 작은 몸짓들이 하나하나 중요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쓰인다.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 나는 연출가로서 한참 부족하지만 촬영은 늘 잘 해낼 자신이 있다. 함께하는 팀원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 그들도 나에게 비슷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저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같이'의 가치. 그 가치 덕분에 먹고 산다. 나는 비록 약할지라도, 우리는 뭉치면 힘이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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