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토끼는 바빴고, 나는 나대로 내 할 일을 찾아 들판을 돌아다녔다. 함께 사는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그때, 새끼 토끼가 태어났다. 암컷과 수컷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뻤다. 새끼 토끼를 품에 안으면, 나는 모성이 끓어올라 가슴 언저리가 쩌릿쩌릿해졌다.
아빠가 된 수컷 토끼는 더욱더 열심히 풀과 양배추를 가지고 와 주었고, 나도 새끼들이 잠이 든 틈을 타서 풀을 뜯어오고, 입에 물을 머금고 와서 새끼들 목을 축여 주었다. 새끼들은 큰 병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새끼들은 커 가면서 점차 엄마와 있는 것보다 친구 토끼들과 노는 것이 더 즐거운 듯이 보였다. 눈만 뜨면 엄마를 찾았었는데, 이제는 풀을 한 움큼 입에 넣고는 ‘뒷다리 운동 학원’이다, ‘귀 쫑긋 세우기 학원’으로 나다니느라 얼굴 보기도 어렵게 되었다.
‘다른 토끼에게 절대 폐를 끼쳐서는 안 돼.’
수컷 토끼가 새끼 토끼에게 매일같이 하는 말이었다. 수컷 토끼는 내게서 양배추 잎을 건네받을 때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꼬리를 스치기만 해도 그는 ‘정말 미안해’라고 말했다. 나는 가족끼리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쑥스러웠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왜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
등을 살짝 부딪혔을 때, 새끼 토끼가 비난하듯이 내게 한 말이었다. 섬나라에서는, 나는 인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상식 없는 토끼였다.
호랑이나 여우가 많은 산에서는 천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엄마 호랑이는 토끼인 내가 걱정되었던지 입만 열면 말했다.
‘풀을 먹을 때도 눈은 쉬지 않고 좌우를 살펴라, 어떤 경우에도 등 뒤를 내주면 안 된다. 귀를 접고 잠들지 마라.’
나는 새끼 토끼에게도 엄마 호랑이에게서 배운 것처럼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천적이 없는 섬나라에서는 내 지식은 필요 없었고, 새끼 토끼는 “그래그래, 엄마는 참 똑똑해.”라며 빈정거렸다.
가끔은 아빠 호랑이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새끼 토끼의 털을 핥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새끼들은 질색하며 굴 밖으로 튀어 나가 버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생선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없듯이, 털 핥기를 싫어하는 토끼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