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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이게 다 내 일이라고?”

제4장 “사실 엄마도 정답이 뭔지 잘 몰라”

퇴근 후 아이를 공부시키자고 마음을 먹은 후 처음 몇 달은 아주 즐거웠다. 집으로의 퇴근이 제2의 출근이 됐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을 한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나한테 혹시 남을 가르치는 재능이 있지는 않을까. 아이와의 공부에 내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아이와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눌까. 내가 무슨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해내갈 수 있단 자심감도 충만했다. 한 달, 두 달 정말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듯 했다. 물론 중간 중간 아이와의 갈등도 있었고 일이 바쁘거나 저녁 약속 등이 있는 경우엔 공부를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문제조차 안 됐다. 


그런데 서 너 달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원인 모를 짜증이 났다. 퇴근 후 난 쉬지도 못하는 구나, 아이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일처럼 느꼈다. 그 순간 스트레스가 됐다. 직장 일과 아이 공부가 뒤섞일 때에는 부담이 더 컸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란 생각이 들 때는 외롭고 답답했다. `이 모든 게 내 책임이구나`라는 생각에 부담감도 컸다. 내 몸을 둘러싼 화와 짜증들이 커지니 이런 감정들이 아이에게로 갔다. 아이도 당연히 이 시간이 싫게 느껴졌을 것이다. 내가 가끔 `엄마가 오늘 아파서 공부를 못 할 거 같다`라고 하면 아이는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저녁에 헬스를 끊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움직이면 좀 낫다. 헬스를 다니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를 대하니 슬슬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매일을 헬스장에 가기 어렵지만 나도 원하면 언제든 내 스트레스를 풀 곳이 있단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퇴근해 1시간 정도 헬스장에 다녀오고 아이를 공부시키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그런 날엔 남편한테 아이 공부를 맡기기도 했다. 아이와 공부하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선 나의 스트레스를 반드시 외부에서 풀어야 한다. 나는 그 창구가 헬스였다. 땀을 실컷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한 후 아이를 대하게 되면 공부하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스트레스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아이를 대하게 되면 불쾌한 감정들이 아이에게 전가되기 쉽다. 아이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아이를 그렇게 대한 죄책감만 가득 남게 된다. 그러면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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