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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Jul 19. 2021

마음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덥다. 너무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내가 더운 것인가?


아무도 덥다고 하지 않는데 나만 덥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하지만 바깥 기온이 습식 사우나육박한다면 내가 더운 것이 아닙니다. 

날이 더운 것입니다. 

내 탓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찜통더위 속에서, 땀이 난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그의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길 것입니다.

 

속이 상한다. 

너무 속상해서 소리치거나 울고 싶을 정도다.

내가 투자한 코인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다. 

남편이 바람을 폈다.

부모님이 편찮아서 그렇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그렇다.


내가 속이 상한 것인가요?

아닙니다, 마음이 상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 마음이 곧 나 아닌가?


마음이 곧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땀이 줄줄 흐르고 불쾌한 것은 무더위가 찾아왔기 때문이지 내 탓이 아닌 것처럼, 

좋지 않은 마음이 일어난 것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른 견해'입니다. 


즉, 마음과 나를 분리할 줄 아는 것입니다.


'속상한 것은 마음의 자연적인 성품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많이 편안해집니다.
'내가 속상하다'라고 생각하면 더 속상해집니다.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속상한 것이지 '내'가 속상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내'가 아니고 '사람'도 아닙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자연의 현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신 떼자니야 사야도-


오해하면 안 됩니다. 

속상해하는 사람에게 '네 탓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라는 것입니다. 

불쾌하면 불쾌한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무덤덤하면 무덤덤한 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명상입니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봅시다.


1단계. 나를 가장 괴롭히는 마음을 떠올려본다.


부모에 대한 원망 

직장상사에 대한 미움

남편에 대한 섭섭함

자녀에 대한 실망 

친구에 대한 질투

잘못된 투자에 대한 후회...... 

떠올리기만 하면 자다가도 짜증이 밀려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2단계. 그 마음이 없는 상태의 나를 상상해 본다.


괴로운 마음이 없는 나를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저 인간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이가 뭐라 하건 마음에 조금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나'를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투자가 대박 나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폭등하건 주식이 폭락하건 마음이 고요한 나'를 떠올려봅시다.

실제로 그렇게 마음먹으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생각만 해보는 겁니다.


3단계. 그 마음이 없어진다면, 나는 누구일까?


마음에 괴롭힘 당하지 않는 나, 늘 고요하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는 나.

만약 그런 사람이 된다면, 지금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걸까요?

마음에 반응하는 태도가 바뀐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은 내가 아닙니다. 

마음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숭산 스님에게 명상을 배우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클리닉을 설립한 존 카밧 진 매사추세츠 대학 의대 교수는 

'마음이 독립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명상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거나 누울 때 맨 먼저 알게 되는 것은
마음이 스스로의 생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과 숙고, 환상과 계획, 기대와 걱정, 좋음과 싫음, 기억과 망각, 평가와 대응,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등 우리 마음의 활동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단순하게 존재하는 시간을 알아차리는 
명상이라는 '멍석'을 깔아주기 전까지는
이런 끝없는 마음의 행위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우리의 삶을 온통 점령해 버릴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종종 전혀 인식하지도 못한 채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이런 생각의 강물에 휩쓸려 살고 있다.
-존 카밧 진-


마음과 생각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은 내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휩쓸리지 말고 통제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됩니다. 


신수정 作 'Bergen Norway' (2022)Gouache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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