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Nov 15. 2020

동서고금 당구에 얽힌 이야기들(4)

네 번째 이야기: 당구의 종류

현재 당구의 종류는 캐롬과 포켓볼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치고 있는 4구나 3구(쓰리쿠션) 게임은 모두 캐롬 게임에 포함된다. 캐롬 게임이란 자기의 공(수구)으로 나머지 공(적구)을 맞추는 게임이다. 이에 비해 포켓볼은 공을 쳐서 당구대 4개 모서리와 장축의 중간에 있는 2개에 포켓, 합해서 모우 6개의 포켓에 공을 쳐 넣는 게임이다. 포켓볼을 미국에서는 풀(pool)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경기가 이루어지는 캐롬 당구에는 4구, 보크 라인(거들), 쓰리 쿠션, 밴드 게임 등이 있다. 4구 게임(four ball game)이란 빨간 공 2개, 흰 공 2개로 플레이하는 게임인데, 여기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보크 라인(balkline) 게임은 4구 게임이나, 3구 게임(스트레이트 레일) 게임에서 일정의 제한을 가하는 게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그 방법이나, 경기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 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쓰리 쿠션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은 당구 애호가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이므로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밴드 게임은 원 쿠션 경기를 말한다. 옛날엔 우리나라에서 돈내기 당구로 <나인 볼>이나 <식스 볼>, 그리고 <제대 당구>(속칭 제대 다마) 같은 것들도 성행했지만, 이런 게임은 세계 공식적인 시합이 없다. 

여러 종류의 당구 게임

캐롬 당구대의 크기는 3종류가 있어, 대대(大臺), 중대(中臺), 소대(小臺)로 나뉜다. 말 그대로 큰 당구대, 중간 당구대, 작은 당구대이다. 이들 당구대의 크기는 단축의 레일을 기준으로 대대가 10피트, 중대가 9피트, 소대가 8피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거의 중대였지만, 최근 들어 쓰리쿠션의 인가가 높아지면서 국제식 대대의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소대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아, 나도 소대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포켓볼을 “풀”이라 한다고 하였는데, 왜 그렇기 부를까? 수영장도 풀(pool)이지만, 일반적으로 “모아 두는 것”, “모두 합치는 것”을 풀이라 한다. 포켓볼을 치면서 공을 포켓에 넣으면, 포켓에 들어간 공들은 당구대 속에 있는 파이프를 따라서 당구대 아래에 있는 그물로 된 공 주머니에 모이게 된다. 이렇게 공이 한 곳에 모이는 공 주머니를 풀(pool)이라 한다. 여기서 포켓볼을 풀 빌리어드(pool billiard)라고도 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풀의 어원을 다른 데서 찾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도 풀의 어원에 대해 단정을 하진 못하지만, 여러 점을 고려해볼 때 프랑스어인 뿔(“poule”(암탉))이란 단어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프랑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작대기로 공을 치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을 뿔이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게임에 뿔, 즉 “암탉”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작대기로 공을 쳐 암탉이 알을 품듯이 공을 차지하게 되면 이기게 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켓볼을 풀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797년이라고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발행한 신문에 빌리어드를 가리켜 풀이라 사용한 사례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지금은 풀, 즉 포켓볼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빌리어드라 하면 캐롬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빌리어드라 하면 캐롬 볼을 말하며, 포켓 빌리야드를 말할 때는 풀이라고 한다. 유럽이 주로 포켓 빌리어드를 즐긴데 비해 비국은 캐롬 빌리어드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한다. 모양이다. 그런데 나중에 캐롬 게임이 점차 지루하게 변하게 되자 서서히 포켓볼 즉, 풀로 대세가 바뀌었던 것 같다. 


미국에는 캐롬 볼과 풀(포켓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게임도 몇 종류 있다고 한다. 미국식 4구 게임(American four-ball billiards), 보틀 풀(bottle pool), 카우보이 풀(cowboy pool), 영국식 빌리어드(English billiards) 등이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는 잘 모르겠다. 

캐롬가 스누커

이 밖에 “스누커”란 게임도 있는데, 이것은 주로 영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성행하는 게임이다. 이 지역에서 스누커는 매우 인기가 있어, 선수들의 시합에는 막대한 상금이 걸려있다고 한다. 스누커 역시 공을 포켓에 쳐 넣은 게임이므로 포켓볼에 포함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스누커는 일반 포켓볼과는 경기 방식 및 치는 기술, 그리고 공의 진행 등이 많이 다를 뿐만 아니라, 테이블도 일반 포켓볼 테이블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크므로, 스누커를 포켓볼과는 다른 별도의 종류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