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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5. 2020

동서고금 당구에 얽힌 이야기들(5)

다섯 번째 이야기: 당구용품과 당구 테크닉의 발전

당구를 치는데 꼭 필요한 것은 당구대(billiard table)와 당구공, 그리고 큐(cue)이다. 당구대는 석판에다 천을 깔아 만든다. 그러면 당구공은 무엇으로 만들까? 당구공은 페놀수지 등 경질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경기방법에 따라 공 크기는 작은 것은 직경이 5센티, 큰 것은 7센티 정도로 다소 다르지만, 크기야 어떻든 공이 똑바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아주 정교한 구형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공을 만들지만, 플라스틱이 없었던 옛날에는 무엇으로 공을 만들었을까? 옛날 유럽의 귀족들은 무엇으로 만든 공을 사용하였을까? 


옛날에는 일반인들은 나무로 만든 공을 사용하였고, 귀족들이나 부자들은 상아로 만든 공을 주로 사용하였다. 상아는 지금의 플라스틱 공보다는 훨씬 무거웠는데, 그래도 단단한 재질이라 갈아서 완전한 구형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무를 깎아서 만든 공을 생각해보자. 나무는 상아보다 훨씬 무르고, 거기다가 결이 있고 또 습기도 많아 완전히 둥근 공을 만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무로 만든 공이 제대로 똑바로 굴러갔을까? 과연 나무로 완전한 구형을 만들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공은 처음에는 아주 동그랗게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습기가 있으면 비틀리기도 하고, 또 몇 번 공을 치다 보면 공이 점점 찌그러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무로 만든 공으로 당구를 쳤던 옛날 사람들, 상당히 짜증도 많이 났을 것 같다. 

나무로 만든 당구공

그리고 귀족들이나 부자들은 상아로 만든 공을 쳤다고 하는데, 옛날 유럽에서도 상아 공으로 당구를 친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을 것이다. 지금은 물론 야생 코끼리의 보호를 위해 상아의 채취 및 거래를 금지하므로 상아 공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상아의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그 옛날에도 상아 공을 만든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큰 상아가 달린 코끼리는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데, 그것도 주로 아프리카 중남부 지역이다. 유럽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기 시작한 것이 18세기 때이므로, 그 이전에는 특히 오지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중남부 지역에 가서 상아를 채취해오는 일이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멀리서 코끼리를 사냥한다고 하더라도 채취한 상아를 유럽까지 가져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아는 상당히 비싼 재료였을 것이다.    


이렇게 비싼 상아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또 공으로 가공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당구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굵은 상아이어야 하며, 또 상아에 상처가 있어서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아 공이 비싸다고 해서 무작정 좋은 것만도 아니다. 상아 공은 지금의 플라스틱 공에 비해 무척 무겁다. 옛날 그 조악했던 큐로 상아 당구공을 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 당구를 많이 친 사람들은 엘보로 고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던 것이 플라스틱이 발명됨으로 해서 값싸게 좋은 당구공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의 당구인 들은 행복하다 하여야 할 것이다.   

옛날에는 당구를 칠 때 큐 끝에 팁이 달려있지 않았다. 즉 그냥 나무로 된 규 끝으로 공을 치는 것이다. 팁이 달린 큐도 걸핏하면 큐 미스, 속칭 삑사리가 나곤 하는데, 팁이 없는 큐로 당구를 쳤던 옛날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당구를 치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들은 어떻게 “히네”를 줬을까? ‘오시’나 ‘히키’는 어떻게 쳤을까? 당연히 그 시대의 사람들은 히네를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오시나 히키도 칠 수 없었다. 오로지 공 한가운데를 똑바로 겨냥하여 칠 수밖에 없었다. 

상아로 만든 당구공

히네(“히네리”가 맞는 말이다), 즉 회전은 큐에 팁이 달리고, 초크가 발명되면서부터 비로소 가능해졌다. 초크는 수구와 큐 끝 즉, 팁과 수구 간의 마찰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초크 칠을 하지 않으면, 팁이 당구공에 미끄러지기 쉬워 큐 미스, 흔히 하는 말로 삑사리가 나기 쉽다. 보통 초크는 탄산칼슘으로 만든다. 그런데 탄산칼슘이 뭘까?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칠판에 글씨를 쓰는 분필이 바로 탄산칼슘이다. 초크와 분필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다만 차이라만 초크에는 탄산칼슘에 더하여 마찰력을 좀 더 높이기 위하여 연마제를 조금 섞는 정도이다. 


초크와 팁 중에 초크가 먼저 발명되었다. 19세기 초에 영국인 잭크 카가 처음으로 초크를 만들어 수구에 회전을 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초크를 나무로 된 큐 끝부분에 칠하여 마찰력을 조금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팁이 달리지 않은 나무로 된 큐 끝에 초크 칠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회전을 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초크 칠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는 훨씬 나았던 모양이다. 초크가 발명된 후 약 10년 정도 지나서 팁이 발명된다. 프랑스 사람인 망고가 그냥 나무로 된 큐로 공을 치는 것보다 큐 끝에 가죽 조각을 붙여 보았더니 마찰력이 훨씬 더 좋아져 이것이 널리 보급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들이 당구를 치면서 이쪽저쪽 회전을 줄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잭크 카와 망고 두 사람 덕분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팁과 초크의 발명으로 공에 회전을 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충분히 공의 방향을 조종할 수는 없다. 쿠션이 좋아야 한다. 만약 쿠션, 즉 당구대의 옆 모서리에 나무판자를 붙여 놓았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회전을 많이 준들 쿠션에 부딪혀 얼마나 회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장마철에 히터를 켜놓지 않은 당구대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쿠션이 제대로 작용을 하지 않아 공에 어떻게 회전을 주든 회전에 관계없이 공은 제멋대로 튀어버린다. 그렇다. 쿠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팁과 초크로 공에 회전을 많이 준들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여러 형태의 당구대

팁과 초크가 발명되었지만, 쿠션은 여전히 테이블과 같은 나무로 만든 재질에 바닥 천을 덮은 것이었다. 그러니 쿠션을 맞은 공의 입사각, 반사각이 제대로 나올 수 없었다. 이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쿠션의 발명이다. 그 당시까지는 당구대의 모서리는 쿠션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벽면이었다. 그랬던 것을 1885년 미국의 패런이 고무와 코르크를 섞은 물질로 쿠션을 새로이 발명하여 당구대 옆면에 붙인 것이었다. 이로서 당구는 쿠션에 의한 회전의 마술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쿠션이 발명됨으로써 당구대 옆면에 충돌한 당구공은 경쾌한 반동을 보이며, 여러 가지 다양한 당구 기술이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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