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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May 30. 2020

퇴근 후 예술가라 좋은 점

낮과 저녁, 다른 삶이 펼쳐지는 시간


요즘엔 Task에 투입되면서 코로나가 얼마나 퍼졌는지, 요즘 인기가요는 무엇인지도 잊은 채 업무를 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 팀장님께 리뷰를 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회사 생활 10년차이지만 여전히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선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전전긍긍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 집에 돌아올때면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닌데 목이 쉰 상태로 기력이 쭉 빠진다. 이렇게 낮의 생활이 끝나면 저녁의 삶이 이어진다.     


오후 7-8시 정도 퇴근을 하면 새로운 삶을 펼치고자 노력한다. 낮에는 조직화되고 공동체의 삶, 타인의 생각을 읽어 그대로 모사하는 삶이 펼쳐진다면 밤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가 있는 삶이 이어진다. 두 삶이 분리가 되다보니 마음가짐도 약간은 다르다.      


회사에서의 삶은 ‘공동의 의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정성껏 만든 보고서가 타인의 의견으로 난도질이 되더라도, 애초 기획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프로젝트라도 공동의 의견, 공동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업무를 진행하는 편이다. 상사의 의견과 내 의견이 다를지언정 한때는 맞서 싸우며 내 의견을 관철시키려했다면 이젠 모든 시작은 상사의 의견부터 시작을 하려고 한다. 나는 업무 특성상 임원의 생각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임원이 직접 보고를 하여 책임을 져야 할땐 무조건 임원 생각을 그대로 모사해서 넣으려고 노력한다.       



일 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 역시 개인 작업을 할 때와 사뭇 다르다. 약 10여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 비굴한 사람, 난처한 사람들 종류별로 다양하게 만났지만 덕분에 일할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함께 배울 수 있다. 가끔 ‘내가 조직 안의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상상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낮은 타인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여놓는 시간이다.      


반면 퇴근 후 마음가짐은 철저히 장인 정신 모드로 들어간다. 이때는 나라는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야 하는 시간이다. 누가 뭐라도 내가 좋으면 그리는거고 내가 색깔이 마음에 들면 그 색으로 칠하는 거다. 타협할 사람도 없고 필요도 없다. 내 의지만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 20대때야 에너지가 왕성해 퇴근 후 밥먹듯이 약속을 잡았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퇴근 후 약속을 잡으면 일주일이 피곤하다. 퇴근 후 인간관계는 철저히 ‘나’로부터 비롯된다. 유일하게 대화할 사람은 내 자신이다. 퇴근 후 자주 나를 만나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더욱 또렷해진다. 퇴근 후엔 나의 세계에 깊이 발을 들여 놓는 시간이 펼쳐진다.      


이렇게 조직에서의 생활과 개인으로서의 생활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 도움이 된다. 가령 회사에서의 주 마음가짐은 ‘타인과의 조율’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의 색깔’은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임원의 생각을 그대로 모사하되 보고서를 만들고 표현할 땐 글을 쓰는 형태, 보고서의 도식화 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해 색깔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반면 퇴근 후 개인 작업을 할 때 역시 ‘나의 예술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다른분들과 작업할 때 어떻게하면 원활하게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을지 커뮤니티 내 타인들의 생각을 계속 참고하면서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 이 두 마음가짐은 항상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적절히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퇴근 후 예술가가 왜 좋냐고 묻는다면 이 두 가지 마음의 교차점이 생기기 때문에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건 단순히 외부에서 주는 돈, 인정, 명예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꽤 자주 돈에 대한 갈증, 누군가의 인정을 갈구하게 된다. 아무리 추구해도 내가 원하는만큼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 때 허탈해지고 나같은 경우 몸에 병까지 생기는 모습을 여러차례 경험하였다. 하지만 퇴근 후 예술가의 삶으로 접어들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계속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출발해 내가 원하는 동기를 찾아나가니 예전보단 훨씬 마음이 안정된 느낌이다.      


낮과 저녁, 회사 생활과 퇴근 후 예술가 생활은 한동안 계속 병행할 계획이다. 낮의 생활과 저녁의 생활 간 균형점을 계속 찾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두 생활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고민하는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낮과 저녁의 생활을 유연하게 하면서 좀 내 마음의 교차점을 찾아가며 타인과 협력도 하면서 철저히 고독한 상태로 나만의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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