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의 한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의 주차장이 붐빈다.
주차장을 질러 입구로 들어가면서 슬쩍 봐도 대부분 제네시스.
레스토랑 입구에서 마주친 손님들은 전부 60대 이상 양복을 차려입으신 할아버지들이다.
우리가 먼저 카운터에서 예약을 확인하는 동안, 양복차림의 할아버님은 적당한 거리를 띄우고 서서 차분히 기다리신다. 뭔가 기품이 느껴지게 말이다.
좌석 안내를 대기하며 현관을 멍하니 바라보니,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점심회식으로 가볍게 나온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저분들 우리가 모르긴 해도 다들 유명한 대기업의 고위 간부직이실 거예요"
실례일 수 있어, 우리는 카운터에 서서 예약확인을 하는 할아버님 한 분을 몰래 슬쩍 본다.
청바지에 패딩차림인 우리는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조금은 위축된다.
10여 년 전 은퇴하신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는 나를 역까지 태워다 주신 우리 아빠.
지금도 아빠는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회사 이름과 로고가 박힌 수첩 안에 휴대폰을 끼워 넣고 케이스처럼 들고 다니신다.
다닐 때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욕하던 회사를, 낡아도 고이고이 분신처럼 들고 다니시는 게 참 모순이라 생각했다. 저 할아버지들도 언젠간 우리 아빠처럼 그렇게 되겠지.
이게 그 세대가 말하는 '과거의 영광'인 건가.
이런 걸 보면, 회사를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욕을 하며 다녔어야 했나 싶다.
어차피 유한한 영광의 시절.
깔끔하게 차려입고,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고급 다이닝레스토랑에서 미팅을 하는 그런 시절이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
지나고 나니 그래도 나의 가장 빛났던 시절.
지나고 나니 화낼 일도 아니었던 사소한 일들.
어차피 나중에 그리워할 거면, 욕하고 싶은 부분까지 모두 즐기도록 노력해 보자.
조금은 오늘의 업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
비록 내일은 다시 잡코리아를 뒤질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