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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안 Oct 07. 2023

#26 골절

소설 연재


현관문 잠금장치가 열리고 진영의 남편이 집으로 들어온다. 진영은 휴대폰 화면을 끈다.


남편은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들어와 인사를 한다.

“나 왔어.”


진영도 무심하게 대답한다.

“응.”


남편은 먼저 방으로 들어가고 진영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는다. 다시 휴대폰 화면을 켜고 음경골절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음경이 골절되면 뚝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발생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발기상태가 해제된다. 당장 외관상 이상이 없을 수는 있지만 오래 방치하는 경우 점차 주변이 멍든다. 발생 즉시 환부에 냉찜질을 하면서 깨끗한 수건으로 압박이 심하지 않게 감싼 채 비뇨기과를 방문해야 한다. 치료를 제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음경이 심하게 굴절되는 음경만곡증이나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고, 더한 경우 발기불능 상태까지 갈 수 있다. 여성상위 체위 때 빈발하기 때문에 관계 시 음경골절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진영은 문득 자신이 죽기 3일 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한다. 스스로 한심한 듯 휴대폰 화면을 끄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켠다.



***



다음날 아침 사무실에서 진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 업무를 끝내고 동료들과 근처 백반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회사로 복귀해서 오후 업무를 이어간다. 오후 4시쯤 남편에게서 문자가 온다.


‘나 오늘 갑자기 지방 출장이 생겨서 집에 못 들어갈 거 같아.’


진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이내 휴대폰 화면을 끈다. 퇴근길에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와 김밥을 산다. 집에 도착해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그러다 뭔가 결심한 듯 젓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으로 성인용품 사이트에 접속해서 윤활제를 주문한다. 그리고 작은방 서랍 속에 있던 온찜질팩을 확인한 후 다시 서랍을 닫는다.



***



주말 아침 진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를 준비한다. 뜨끈한 된장찌개와 맛있는 향이 코끝을 건드리는 장어구이를 요리하고 계란말이도 예쁘게 만든다. 조금 뒤 남편이 눈을 비비며 안방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자. 내가 아침 만들었어.”

“어… 웬일이야… 나 화장실만 잠깐 다녀올게.”


진영은 그 사이 식탁 세팅을 완료하고 앉아서 기다린다. 남편도 화장실에서 나와 식탁에 마주 보고 앉는다. 요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남편이 묻는다.


“아침부터 너무 고생한 거 아니야? 맛있게 잘 먹을게.”

“많이 먹어. 요즘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당신 잘 못 챙겨준 거 같아서 오랜만에 요리했어.”

“고마워.”

“오늘 날씨도 좋은데 바람이나 같이 쐬고 올까?”

“그래… 그러자…”


남편과 진영은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가 분위기 있는 카페도 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한다. 그럴듯한 잉꼬부부처럼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다 되어 귀가한다. 진영이 먼저 샤워를 한 후 남편도 옷가지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 사이 진영은 남편 가방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고 작은방 서랍에 넣는다. 조금 뒤 남편이 다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자마자 진영은 남편을 침대로 부른다. 둘은 침대에 걸터앉는다. 진영이 먼저 말한다.


“여보, 오늘 즐거웠어. 같이 시간 보내줘서 고마워.”

“고맙기는, 나도 오늘 좋았어. 나도 그동안 바빠서 당신 신경 많이 못 써준 거 같아. 미안해.”


진영은 남편을 쳐다보며 그의 볼에 입을 맞춘다. 남편은 당황한 듯 진영을 쳐다본다. 진영은 남편의 잠옷 단추를 가슴 위에서부터 하나씩 연다. 남편은 그런 진영의 손을 잡아 멈추고 어색하게 쳐다본다. 진영이 입을 연다.


“여보, 나 오늘 당신이랑 하고 싶어… 그렇게 해줘… 부탁이야…”


남편은 평소 같지 않은 진영의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한다. 이내 진영에게 키스를 하며 침대에 그녀를 눕힌다. 진영도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남편의 목부터 가슴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오며 애무한다. 그러다 잠깐 멈추고 침대 옆 협탁 서랍에 준비해 둔 윤활제를 꺼낸다. 남편이 묻는다.


“이게 뭐야?”

“당신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서 준비했어. 당신 그동안 나랑 하는 거 재미없어했잖아. 이제 나도 노력해 보려고.”


남편은 흐뭇한 듯 살짝 웃으며 진영을 본다. 진영은 윤활제 뚜껑을 열어 한 손에 넉넉히 붓는다. 그리고 남편의 고환 아래쪽과 음경 부위를 천천히 마사지한다. 남편의 그곳은 단단하게 부풀기 시작하고 진영의 손도 점차 바빠진다. 진영은 남편의 그곳이 가장 단단하고 길어졌을 때 계속 애무하는 척하면서 방향을 순간적으로 뒤로 꺾는다.


뚝.


“악.”


음경이 골절되는 소리와 남편의 짧은 비명연달아 들린다. 이내 진영이 남편에게 묻는다.


“어머, 미안해. 괜찮아?”

“소리 들었어? 뚝 소리가 났어.”

“나도 들은 거 같아. 괜찮아? 어떡해.”

“당신이 애무할 때 순간적으로 뒤로 잠깐 꺾인 거 같아.”

“아니 나는 속도를 내서 더… 잘해보려다가… 미안해…”


남편은 엉거주춤 앉아서 본인의 성기를 살펴본다. 당장은 약간의 통증만 있을 뿐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인다. 진영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본다. 남편이 묻고 진영이 답한다.


“이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겉으로 보기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런가…”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진영은 남편을 안심시킨다.


“일단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상태를 천천히 지켜보자. 잠시만.”


진영은 작은 방 서랍에서 온찜질팩을 꺼내온다. 분명 그녀는 음경골절이 된 경우 냉찜질이 필요하다는 검색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 내색 없이 찜질팩을 안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협탁 콘센트에 전기선을 꽂는다.


“일단 당신 통증이 있으니까 찜질부터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누워봐. 이거 좀 올려줄게.”

“알겠어. 고마워. 그럼 일단 누게.”

“조금 누워있어, 내가 물 한잔 가져올게.”

“응, 고마워. 그리고 내 가방에 휴대폰 있는데 좀 가져다줘.”

“알겠어.


진영은 부엌으로 가서 컵을 꺼내 물 한잔을 가득 따라 방으로 가져온다.


“물 한잔 마셔. 누워서 마시라고 빨대도 가져왔어.”

“고마워, 내 휴대폰은?”

“어, 배터리가 방전됐길래 내가 충전시키고 왔어. 일단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어. 통증이 가라앉는지도 지켜보자.”

“알겠어. 고마워.”

“미안해… 나도 잘해보려다가…”

“아니야…”


남편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진영은 찜질팩 온도를 조금 더 높게 조정한다. 그리고 옆에 누워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진영은 결국 잠에서 깨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남편은 정신없이 장례를 치른다. 그동안 남편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



비뇨기과 진료실에 의사와 마주 앉은 진영의 남편 모습이 보인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음경골절이 발생한 경우…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후유증이 적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환자분은 너무 늦게 오셨어요… 아마 관계 시에 골절되셨으면 뚝 소리를 들으셨을 텐데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지금 성기 변형까지 많이 진행된 상태라 음경만곡증이 생긴 경우입니다. 그리고 발기부전 증상도 확인되고요… 모양이 휜 것은 수술로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수술을 하게 되면 발기 시 길이가 그전보다 1-2cm 정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잠깐 뜸을 들인다.


“그런데… 발기부전은 저희 힘으로 회복시키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하… 이게 그래서 음경골절의 경우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증상이 심하신 분들 같은 경우는 바로 피가 나거나 멍이 들어요… 그러면 본인이 놀라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곧바로 병원에 오시는데… 환자분은 외관상 멍이 크게 들지 않고 통증도 아마 있다 없다 하셔서 늦게 내원하신 것 같네요… 그런데 이미 발기부전이 된 상태에서 오셔서… 이 부분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진영의 남편은 고개를 숙인다. 앞으로 계속 고개 숙인 남자로 살아갈 생각에 막막한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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