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Dec 16. 2023

나 아직 안 죽었다!

[오늘도 나는 감탄 사寫] 5

                                                      의심


인류사는 언제나 변화의 연속이다. 지구가 회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는 연속적인 그 변화의 어느 한 시점에 위치한 수백억 우주 먼지 중 하나다,라는 인식조차 없이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 인식보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의 혼동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 사이를 오가는 혼란이 언제나 더 다급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히도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어디서 출발했나를 의심할 수 있는 냉철한 의심을 반복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안 해서 그렇다. 해서 뭐 할까를 반복해서 그럴 뿐이다. 조금만 힘을 내서 바쁨의 정체를 의심하고, 공허함의 원천을 의심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의지를 발현할 수 있다.


돌아보면 다 그렇다. 지금의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주변의 (거의) 모든 것들은 (도망가고 싶더라도)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진다. 그럴 때만이 내가 차지한 (좁거나 넓은, 깊거나 높은, 편리하거나 불편한, 빌린 것이나 내 것인) 공간과 그 속에 속해 있는 나를 좀 더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진다. 그게 나라는 것을. 그 선택이 나라는 것을. 그렇게 선택한 내가 나라는 것을.


반려 식물, 동물은 물론 나를 둘러싼 반려인(간) 역시 모두 나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지구가 여전히 지금처럼 회전하던 그 에너지에 편승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이 자유롭게 안전하게 가치 있게 위치할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 그 공간에서 마음껏 사유하고 자신의 향기를 찾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허용이 이성적 관심이다. 충동과 도덕의 충돌에서 도덕이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럴 때만이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 (의식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관심


동시에 무의식 속에서 지금은 어제의 그것, 내일은 오늘의 이것이라고 동일시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식해야 한다. 이 실수를 얼마나 줄이는가가 진정한 나의 감각을 되찾는 지름길이다. 그 지름길로 얼른 들어서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한 반복해 온 수백억 번의 회전 중 대략 삼만 번 정도의 회전을 함께 할 뿐이니까. 게다가 나의 경우 이미 이만 번 가까이 지구의 회전이 나의 그것을 지워버렸기 때문에.


이만 번 가까이 회전하는 동안 느꼈을 우리의 모든 감각은 오롯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본 것들, 들은 것들, 맡은 것들, 만져본 것들. 그리고 그 결과로 선택한 모든 것들까지. 내 감각들이 정말 내 것인지를 남은 회전시간 동안 찾아야 할 과제가 생긴 거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 과제를 풀어내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반려 동물과 반려 식물에 빠져있는 우리가 그렇다. 그것들과 우리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차이점도 단 하나다. 자유 의지의 여부다. 우리는 반려 동식물과 다르게 자유 의지를 가진다. 나의 의성대로 선택하고 안 하는 자유다. 그 자유를 더 많이 누리려고 그들을 나의 의지대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말이 많다. 이성적 관심으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말들이. 수많은 말을 통해 우리에게 자유를 찾으라고 일러 준다. 가타부타 말이 없어 그들을 선택한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말을 많이 건네는 존재가 그들인 거다. 눈빛으로, 몸짓으로, 향으로. 가만히 들여다본다. 폴짝 올라와 안아 본다. 눈을 감고 향을 맡아본다.


오롯이 내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의 모든 감각으로 느껴본다. 느껴야 인간이니까. 그러면서 묻는다. 묻는게 인간이니까.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어디서부터 해야 하냐고. 무엇을 위해 해야 하냐고. 그러면 언제나 우리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준다. 열린 대답을. 그 짧은 문장의 마침표는 그들이 아닌 우리의 내면에서 찾으라고. 위치만 이렇게 조금 옮겨져도 살아내는 나처럼 너도 아직 안 죽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이전 04화 아, 저런 미친 색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