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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Aug 01. 2024

잘 기다릴거예요

[노랫말싸미] 6

[오늘의 노랫말싸미는 김윤아님의 '봄날은 간다'입니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 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어제, 7월 마지막 날 늦은 오후. 갑자기 파랗게 뜨거워진 하늘을 축 늘어진 능소화와 함께 올려다봤습니다. 내 것이 아니었던 수많은 시간 동안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내년이면 어른이 된다고 봄꽃처럼 들떠있는 내 아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더욱 지나가지 못한 이유입니다. 얼굴이 떠올라서.  


당신은 내 아이를 '소화야, 소화야'라고 부르지요. 하늘도 뛰어넘으라 부러 그러시는 게 분명합니다. 그 아이는 봄을 밀어내고 여름밑에 숨어 겨울을 그립니다. 어떤 꽃잎도 영락없이 지지만 분명 다시 피어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수많은 날들 속에서 처럼.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꽃이 피고 지는 사이로 바람은 언제나 햇살을 업고 불었을 테지요. 눈으로 보지 못하고, 마음으로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바람불 때마다 햇살 닿을 때마다 얼굴을, 냄새를, 온기, 색깔을 떠올릴 겁니다. 뿌리가 어느 화분에, 어느 땅에, 어떤 흙속에 잠겨 있어도 지고 또다시 피어나는 거니까요.


매번 잘 해내려 하지 않으면 됩니다. 기다리면 됩니다. 잘. 기다리는 동안 피고 지는 꽃들을 사랑스럽게 보기만 해도 잘 기다리는 겁니다. 꽃도 피우지 못하는 잡초들 사이를 느릿하게 걷기만 해도 잘 기다리는 겁니다. 사이사이를 언제나 돌면서 들깨우는 바람에 이슬에 양팔 벌려 눈만 감아도 잘 기다리는 겁니다.  


겨울 속에서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봄처럼. 그런 마음으로 기다리면 됩니다. 겨울이 깊은 건 여름이 진했기 때문인 거니까요. 기다리는 동안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서. 그렇게 새벽 속에서 기다릴 겁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봄날은 오고 또 긴 비도 내리겠지요. 기억 속에서 졌던 능소화도 다시 필 겁니다. 당신도, 내 아이도 좋아했던. 그때 우리는 다시 언제나 함께 머물서 없어 지금이 더 아름답다며 얼싸 안아 눈물을 미소로 닦아 줄 겁니다. 그게 꽃잎의 약속이니까요. 겨울이 여름덕에 갖는 다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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