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가 자동사와 타동사로 나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타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고 자동사는 목적어가 필요 없는 동사로 아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동사는 단순히 자동사와 타동사로만 나뉘는 게 아니다. 훨씬 복잡하다. "바람이 분다"의 '분다'처럼 주어 말고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동사도 있고, "나는 집에 도착했다"의 '도착했다'처럼 '~에'라는 말이 보어로 필요한 동사도 있다.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동사도 "철수가 영희를 사랑한다"의 '사랑한다'처럼 조사 '~를'이 붙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가 있는가 하면 "권율은 이항복을 사위로 삼았다"의 '삼았다'처럼 '~을'이 붙는 목적어 말고도 '~로'가 붙는 보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의 '생각한다'는 '그 사람이 훌륭하다고'와 같은 문장을 안는다. '제안하다' 같은 동사는 "우리는 그 회사에 새로운 계획을 제안하였다"처럼 '~을'과 같은 목적어를 가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회사에 새로운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였다"와 같이 문장을 안을 수도 있다. 이때 '하자고'에서 보듯 어미로 '-자고'가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짐작하다' 같은 동사는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짐작했다", "그가 도착했으리라 짐작했다", "그가 도착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등에서 보듯이 다양한 말을 '짐작하다' 앞에 둘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우리는 그 사람이 범인이기를 짐작했다"나 "우리는 그 사람이 범인이었음을 짐작했다" 같은 문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거나 몹시 어색하다.
이런 사례들을 놓고 볼 때 동사는 제각기 용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동사마다 필요로 하는 문장성분이 다르다. 동사를 쓸 때는 그 동사에 맞는 문장성분을 써야 한다.
'선박 3척을 수주에 성공했다'는 문법이 어그러진 표현이다. '3척을'이 '성공했다'의 목적어가 될 수 없다. '3척을'을 살리려면 '3척을 수주하는 데'라고 고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단지 '을'만 빼서 '3척 수주에 성공했다'라고 할 수도 있다. 핵심적인 단어만 열거하면 문법에 어긋나도 대충 뜻이 통하니 괜찮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문법을 지켜야 반듯한 문장이 되고 독자가 편하게 읽는다.
다음 문장에서는 동사로 '지목하다'가 쓰였다.
'지목하다'는 보통 '~를 ~로 지목하다' 또는 '~로 ~를 지목하다'로 쓰인다. '아무개를 범인으로 지목하다'가 전형적인 예다. 그런데 위 예문에서는 '기습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지목했다'라 하여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 '기습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라고 할 때 반듯한 문장이 된다. '지목하다'는 '~를'을 필요로 한다.
다음은 '강요하다'가 적절하지 않게 쓰인 예다.
'강요하다'는 '~을 강요하다', '~기를 강요하다', '~라고 강요하다', '~도록 강요하다'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식자재 등을 본사 것을 써야 한다고 강요하다'가 아주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훨씬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다면 그걸 쓰는 게 좋다. '쓸 것을 강요한다' 또는 '쓰라고 강요한다'가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다음은 동사로 '제안하다'를 사용한 예다.
'제안하다'는 '~에게 ~을 제안하다' 또는 '~에게 ~고 제안하다'처럼 쓰이는 동사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고'라고 했다. '지원해야 한다고'를 쓰려면 '제안했고'가 아니라 '주장했고', '말했고' 같은 말이 와야 한다. '제안했고'를 쓰려면 '지원해야 한다고' 대신에 '지원할 것을'이나 '지원하자고'라고 해야 한다.
다음은 동사 '우려하다'를 쓴 예다.
'지금 한국 정부는 겉돌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에서 '겉돌고 있다고'는 단정이고 '우려하지'는 단정과는 거리가 먼 뜻이어서 서로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겉돌고 있다고'를 '우려'와 어울리는, 단정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겉돌고 있지 않은지' 또는 '겉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고 하면 '우려'와 어울린다. '겉돌고 있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다. '겉돌고 있다고'를 그대로 두고자 한다면 '우려하지'를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한다. '겉돌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나 '겉돌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은 '확정된'을 동사로 쓴 예문이다.
'연기한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연기한다고 확정되었다'가 썩 자연스럽지 않은 만큼 '연기한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연기하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또는 '연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가 정상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어색함을 피하는 방법은 또 있다. '연기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바른 표현을 놓아 두고 굳이 어색한 표현을 쓸 이유가 없다.
동사는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동사를 중심으로 문장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어떤 문장이든 주어는 필수적이다. 그 나머지는 동사가 필요로 하는 성분들이 모여 문장을 이룬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동사든 동사에 맞는 문장성분들이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사마다 고유한 의미가 있고 그 의미에 맞게 필요한 문장성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글을 쓸 때는 동사에 맞는 문장성분을 바르게 썼는지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국어사전을 참조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국어사전은 동사가 어떤 문장성분과 함께 쓰이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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