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서 양국민은 엄청난 참화를 겪었다. 튀르키예가 시리아보다 피해 지역이 더 넓고 피해가 더 크다. 오늘은 여진 소식도 들려왔다. 규모 5.2의 여진이 튀르키예 남쪽 우준다으 서북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지진을 계기로 튀르키예와 이웃 나라들 사이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8 나라이다. 그리스,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이라크, 시리아다. 그밖에 바다를 사이에 두고 키프로스와도 인접해 있고 흑해 건너에는 우크라이나가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아도 이스라엘, 러시아와도 가까이 있으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웃 나라들과 어떤 사이인가? 관계라는 것이 늘 좋을 수도 없고 늘 나쁠 수도 없다. 때로는 우호적이다가도 때론 적대적이기도 하다. 한국와 일본을 보라. 원한과 증오가 응어리져 있기도 하지만 협력하고 교류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이다. 독도 문제만 보면 끝 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를 비난하지만 가까이 있기에 교역과 관광에서 서로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어떤 정부가 들어섰느냐에 따라 사이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튀르키예는 전통적으로 그리스와 앙숙이다.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튀르키예에 바짝 붙어 있는 섬들이 죄다 그리스 영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일부 있는 튀르키예 섬들에 대해서도 그리스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단다. 튀르키예는 남쪽의 시리아, 이라크, 동쪽의 이란과도 늘 갈등과 협력을 이어 왔단다. 때론 다투고 때론 돕고...
튀르키예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아르메니아인을 대량 학살한 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도 아르메니아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이번 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에 아르메니아 정부가 구호의 손길을 뻗쳐 오랜 원한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다니 다행스럽다. 흥미로운 것은 튀르키예가 아르메니아의 인접 국가들인 조지아, 아제르바이잔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적의 적은 동지인가? 인접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얼마 전 전쟁까지 했다. 튀르키예가 아제르바이잔과 우호적이었다는 게 이해가 된다.
튀르키예가 그리스와는 앙숙이었지만 그리스와 인접한 불가리아와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았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도 관계가 좋아진 듯하다. 서로 종교가 달라 관계가 좋을 리 없었는데 지진 참화를 겪은 튀르키예에 이스라엘이 흔쾌히 지원키로 해 양국 사이에 훈풍이 부는 모양이다. 튀르키예는 8개국과 국경을 맞닿은 데서도 보듯이 이웃이 많은 나라다. 그중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가 많다. 그런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국을 형제국으로 안다니 원교근공이란 말이 떠오른다. 한국과는 아웅다웅할 일이 없으니까.
이웃사촌이란 혈연 관계에나 통하는 거 같다. 국가간에는 이웃일수록 다툼이 많아 보인다. 한국과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베트남과 중국도 이웃이면서 앙숙이고 영국과 아일랜드도 이웃이면서 원한이 쌓여 있다. 인도와 중국은 툭 하면 국경에서 부딪친다.
아무쪼록 유례를 찾기 어려운 끔찍한 자연 재해를 입은 튀르키예에 이웃나라들이 인도적 지원을 베풂으로써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반목과 대립을 접고 우호와 선린을 지향해야 한다. 더구나 이웃이 지금 고통을 겪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