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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30. 2023

다시 헌법을 읽으며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되어 1988년 2월 25일 시행되었다. 35년이 지났다. 국민이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고 국민투표 끝에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130조에 이르는 조문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흥미로운 대목이 여러 군데 있다. 헌법에는 국민이 누리는 권리와 자유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학문과 예술의 자유까지 열거되어 있다.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는 대목은 매우 강렬하다. 언론.출판, 집회.결사는 허가나 검열을 해서는 안 되며 무조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률이 있기는 할 것이다. 무제한의 자유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국민이 누리는 자유가 폭 넓게 헌법에 명시되어 있어 자유민주주의국가임을 깨닫게 해 준다. 당연히 여기면서도 여간 고맙고 다행한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지구상엔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을 테니 말이다. 당장 휴전선 이북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어떤 조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형평성 측면 때문이다. 


제32조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34조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2조 제4항, 제34조 제3항은 '여자'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다.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한다고 했는데 1987년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가 열악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오죽하면 헌법에 여자의 근로가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했겠나. 제34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절반이 여자인데 여자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주문하고 있으니 지금 감각으로는 선뜻 잘 이해되지 않는다. 


형평성 면에서 또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 


제46조 ①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제46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그리고 대법원장, 대법관, 법관에 대해서는 그런 조항이 없다. 국회의원만 청렴의 의무가 있고 대통령이나 법관은 그런 의무가 없단 말인가. 아닐 것 같다. 국회의원만 유독 청렴의 의무를 규정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금세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형평성을 떠나 '청렴의 의무'가 무엇인지부터 의문을 낳는다.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는 뜻이 명확해 보이지만 청렴의 의무란 무엇을 말하나? 납세, 국방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청렴은 관련 법률이 없는 줄 안다. 무엇이 청렴인가. 


헌법에 더욱 모호한 조항이 있으니 제34조 제1항이다.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이 아름다운 조항은 한편 잔뜩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인간다운 생활이란 어떤 생활인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헌법은 국민의 이상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빈곤이나 질병 그밖의 여러 이유로 말미암아. 


헌법 개정 35년이 지났다. 언제 헌법이 개정될지 알 수 없으나 시대에 맞고 형평에 어긋남이 없는 헌법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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