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을 말하고 찰떡을 내놓으라니

물과 기름에 관한 단상

by 라떼파파

B와 나는 항상 그런 식이다. 그날은 오랜만에 C와 술자리를 가졌다. C는 퇴사한 후배로, 6개월 전 좋은 곳으로 이직했다. 축하도 하고 안부도 들을 겸해서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 늘 그렇듯 초반의 술자리는 화기애애했다. 이러쿵저러쿵 넘나드는 이야기에 서로가 맞장구를 치며 죽이 맞았다. 특히 C에게 경찰관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B와 나는 축하의 말을 전하며 잔을 건넸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B와 사소한 말다툼이 오갔다. 수긍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의 파편들이 가슴팍으로 무차별하게 날아들었다. 그가 꺼내는 말의 서두는 이랬다.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그리고 말미에는 고구마 백 개를 투하했다. “내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봐.”


아놔, 다짜고짜 이런 식이니 되받아치기도 궁색해진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지 말해주셔야죠. 그리 말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는 주문인데, 실마리도 없는 '개떡'을 이해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였다.




흥건하게 취기가 오른 B가 화장실에 간 사이, C가 말을 던졌다.

두 분은 진짜 물과 기름 같으세요."

"응? 뭐라고?"

"차장님은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겠지만, B 차장님은 그래도 '찐한' 사람이에요. 진국이죠.”


물론 기분 나쁘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이런 다툼이 계속됐지만, 나도 B가 좋은 사람이란 사실은 아니까. 예전부터 스스로 그렇게 타일렀다. ‘그래,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 이해해야지.’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리 쉬운가. 생각지도 못한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는 B의 말속에 비위가 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날 나는 두 살 동생이지만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고, 그는 점점 감정을 실어 '더 더 더' 기분 나쁘게 박대했다. 일순간 술자리는 싸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C에게 미안했지만, 감정을 세밀하게 헤아리고 할 여유가 없었다.




술자리가 파한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그가 던진 말의 '여진'이 여전히 가슴을 뒤흔들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신공이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한 귀로 듣고 그걸 품어 애써 부화시킨다. 부부싸움도 그래서 힘들 때가 있다. 성격 탓이려니, 틀린 게 아니라 달라서 그런 거라 생각하다가도, '말꼬리'를 더듬다 보면 내가 한없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처절하게.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렇게라도 글을 남겨야 당시의 울분을 토닥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속물이 되어가는 건지. 삶이 참 비루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리하지도 너무 가까이하지도 말라는 뜻)의 직장생활 첫 수칙을 상기하며 스스로를 세뇌한다. 이 역시 삶의 소중한 공부라 여기면서.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쏟아내다간 주워 담기도 전에 바스러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도 개떡은 개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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