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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Nov 01. 2024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늘 치열한 사람이었다.


치열하고 독하게 살아야지만 아무것도 아닌 내 삶이 뭐라도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늘 텅 빈 내 삶에 불안도가 높아질 때면 나를 더욱 채찍질하며 단 한순간도 의미 없다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작품을 때도 치열하게 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끄적거리면 나는 매일 4-5시간씩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글이 안 나오면 맛있는 밥과 잠도 거른 채 밤을 새워서 써내는 날도 많았다. 굳이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지만 글이 써졌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에 끊임없이 뜨는 동기부여 영상만 보더라도 치열해야만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첫 작품을 쓰고 꼼작 없이 두 달 정도를 제대로 정신을 못 차렸다. 후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그래서 글도 못쓰고 몸을 회복하는데만 시간을 써야 했다. 결국, 치열한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좀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난 두 달 치 체력을 미리 끌어다가 최선을 넘어서 과하게 오버페이스로 나를 끌고 갔던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기껏 채워두었던 자존감이 두 달 동안 빠르게 깎여나갔다. 치열한 게 답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방식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하루 적정선을 정해두고 최선을 다하는 치열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소소한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 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유행어도 나오기도 했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항상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치팅데이를 만들기보다 작아도 확실한 행복을 매일 느낄 수 있게끔 초콜릿 하나 혹은 과자 조금씩 당일 보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소확성'이 필요한 때였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위해서 만족의 기준을 좀 낮추기로 했다. 매일 멋진 글을 한 편 써내야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매일 100분이라도 읽고 쓰는 행위를 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비로소 매일매일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글로자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가 쌓이면.. 

매일 돌아오는 보상과 성취는 똑같은 하루도 계속 반복하게 만드는 있다. 오늘 대단한 일이 없었어도 만족하고 감사하다 보면 매일의 최소한의 기준선을 거뜬히 살아내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있다. 매일 글로자로 살기를 시작하고 나서 드디어 치열한 글쓰기로부터 벗어났다. 이제 고독하지 않아도 글이 써진다! 글쓰기는 이제 매일 먹는 것과 같은 습관이 되었다. 물론, 컨디션에 따라 매일 똑같은 수준의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감정과 상황에서도 글을 써내는 사람으로 있다.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 치열함은 불안과 초조함에서 나오는 과한 열정이니 접어두고 천천히 즐기면 가도 충분하다. 




오늘 하루 내가 해내야 하는 일도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조금 실수하고 못한 건 내일 잘 해내면 그만이다. 그저, 매일매일 내 삶에 보상과 성취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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