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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17. 2024

너도 참고 있구나

고양이가 유아독존이라는 건 

알았지만 가끔은 울컥할 때가 있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노트북 전원을 무심하게 툭 끈다던지


비싼 핸드폰을 툭하고 떨어트려서

내 발등을 찍어놓고는 지 발이나 빨고 있다던지 


아파서 낑낑 거리며 누워있는데

내 배를 누르고 무심하게 지나간다던지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라는 명대사를 치고 싶은데

고양이라서 하지도 못하고..


참고 참고 또 참는다 

안치운 내 탓이고 

덜렁댄 내 탓이고

방치한 내 탓이니까


난 그렇게 

도도를 위해 나만 참는 줄 알았다


얼마 전, 도도 엉덩이에 탈모가 생겼다.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급하게 찾았고

다행인 건 탈모가 아니라는 진단

불행인 건 오버그루밍 때문이라는 판단


도도가 자기 털을 과하게 그루밍하고

  뜯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이 뭐예요? 치료는요?"


난 이해할 수 없어서 다시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고양이가 많이 참았나 봐요"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해서 생각했다


나만 참아주고 있던 게 아니구나.

너도 나를 견뎌주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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