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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13. 2024

'순수'에 대하여

제1장_나와의 대화

(2009. 8. 25. 17:10)

순정만화를 보았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였다.

모든 이가 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고싶어한다.


더러워질 생각따위 처음엔 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우리의 첫 생각을 비웃듯,

철저히 진창까지 떨어져서 깨부셔지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없다.


아름다운 판타지는

현실이 아니니까 소설이다.


참 이상하다

그 누구도 악인이 되고싶지 않을텐데

모두가 좋은게 좋은거라는 것을 알고있는데

착하게 살고싶을텐데 행복하게 살고싶을텐데


모두가 원하는 것인데

선함이라는 것이 좋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것인데


왜 이 세상은

생각처럼 아름답게 돌아갈 수가 없는걸까


마치

이런 생각을 순진한 아이라며 비웃듯이

세상은 철저하게

깨끗함을 부셔버리고

순수함을 포기해야

숨 쉬고 살 만한 틈을

허락해준다 ...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처음에는 그런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를 해야할 것 같다.

그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누군들 바르게 살고싶지 않을까

누군들 화만내고 비하하고 속이고 속는 삶을 살고 싶겠는가...


삶의 기본적 욕구.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깨닫는다.

그것이 침범당했을 때

인간은 동물적 생존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아무도 모른다.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 불문율..

그것을 교묘하게 깨어나가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사회는 병들어있고,

사람들은 그 공기를 마시며 함께 중독되어 간다.


아직도 잘은 뭐라 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

한없이 순수한 인간은,

살아가기위해 순수를 포기하고

검게 자신을 물들여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평생을 그 순수를 동경하며 살아간다는 것.


'순수'그게 정말 뭘까...


"우린 항상 '순수'한거야 !!"

언젠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검은 물을 보고 말았다.


내가 발담그고 살아가야할 세계.


나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검은 물이 넘실넘실 울렁이며 내 앞에 펼쳐져 있다.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그 물에 들어가야 하는 사실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따위

없지만.


그리하여 결국 그 모든 결론은

'이해'에 도달한 것 같다...


내가 '악'으로 정의하고

경멸하고 피하고 뿌리치려 했던 부분에대해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던것 같다...


결국 '선'도, '악'도

그 경계가 모호해져버렸다.


모든 것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지 간에,

'사유'가 있고,

그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겠지..

물론 그것뿐이겠지만..

난 절대 그것에 대해 공감할 수도, 그것이 될 수도 없으니까

그래, 이해 라는 단어보다는 '납득'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지도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를 알게되는 것....


그리고 정말 그것 뿐이지.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감정이 꼭 따라준다고는 못하지.

모든 걸 납득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가끔 용서가 필요할 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받아들일 시간.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모든 걸 납득하지만

감정상 어쩔 수가 없고,

하지만 결론이 내려져서

그저 조금 후련한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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