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5. 17:10)
순정만화를 보았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였다.
모든 이가 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고싶어한다.
더러워질 생각따위 처음엔 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우리의 첫 생각을 비웃듯,
철저히 진창까지 떨어져서 깨부셔지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없다.
아름다운 판타지는
현실이 아니니까 소설이다.
참 이상하다
그 누구도 악인이 되고싶지 않을텐데
모두가 좋은게 좋은거라는 것을 알고있는데
착하게 살고싶을텐데 행복하게 살고싶을텐데
모두가 원하는 것인데
선함이라는 것이 좋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것인데
왜 이 세상은
생각처럼 아름답게 돌아갈 수가 없는걸까
마치
이런 생각을 순진한 아이라며 비웃듯이
세상은 철저하게
깨끗함을 부셔버리고
순수함을 포기해야
숨 쉬고 살 만한 틈을
허락해준다 ...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처음에는 그런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를 해야할 것 같다.
그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누군들 바르게 살고싶지 않을까
누군들 화만내고 비하하고 속이고 속는 삶을 살고 싶겠는가...
삶의 기본적 욕구.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깨닫는다.
그것이 침범당했을 때
인간은 동물적 생존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아무도 모른다.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 불문율..
그것을 교묘하게 깨어나가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사회는 병들어있고,
사람들은 그 공기를 마시며 함께 중독되어 간다.
아직도 잘은 뭐라 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
한없이 순수한 인간은,
살아가기위해 순수를 포기하고
검게 자신을 물들여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평생을 그 순수를 동경하며 살아간다는 것.
'순수'그게 정말 뭘까...
"우린 항상 '순수'한거야 !!"
언젠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검은 물을 보고 말았다.
내가 발담그고 살아가야할 세계.
나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검은 물이 넘실넘실 울렁이며 내 앞에 펼쳐져 있다.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그 물에 들어가야 하는 사실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따위
없지만.
그리하여 결국 그 모든 결론은
'이해'에 도달한 것 같다...
내가 '악'으로 정의하고
경멸하고 피하고 뿌리치려 했던 부분에대해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던것 같다...
결국 '선'도, '악'도
그 경계가 모호해져버렸다.
모든 것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지 간에,
'사유'가 있고,
그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겠지..
물론 그것뿐이겠지만..
난 절대 그것에 대해 공감할 수도, 그것이 될 수도 없으니까
그래, 이해 라는 단어보다는 '납득'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지도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를 알게되는 것....
그리고 정말 그것 뿐이지.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감정이 꼭 따라준다고는 못하지.
모든 걸 납득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가끔 용서가 필요할 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받아들일 시간.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모든 걸 납득하지만
감정상 어쩔 수가 없고,
하지만 결론이 내려져서
그저 조금 후련한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