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1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번아웃 증후군, 또 다른 시작.

5년 동안 정들었던 남대문을 떠나다.

by 다정한 지혜씨 Mar 12. 2025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위의 노래는 남대문을 떠나던 날 하루 종일 내 입가에 맴돌던 '작별'이란 노래다.



 

 우울증도 잊을 만큼 열정을 다 받쳤던 남대문과 작별하는 것은 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정한 청춘이라 생각되는 그곳을 난 쉽게 떠날 수가 없었고, 평생을 남대문에서 일을 할 순 없겠지만 갑자기 떠날 곳은 아니라고 적어도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남대문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난 아주 행복했었다. 돈 주고도 못 살 진귀한 경험들을 했고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에 그런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내심 바랬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하던 내게 약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다니던 출 퇴근길이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고, 악착같이 뛰어 면하던 지각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고,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솟구쳤다. 모든 열과 성을 다해 그곳에서 5년을 일했는데 한순간에 무기력 해지는 건 나조차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의 난 나를 돌보지 않았고, 어느새 작은 균열은 큰 틈으로 이어져 *번아웃 증후군으로 날 몰고 갔다. 매일 새벽출근에 힘들게 일을 하고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은 추가근무를 두세 시간씩 더하고 퇴근을 했다. 퇴근 후 개인시간에는 다음날을 위해 마땅한 쉼이 필요했을 텐데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어느새 난 몸도 마음도 지쳐갔고,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초시계를 들고 다니는 동화 속 토끼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힘든 날들이 이어지며 난 서른을 넘겼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의 오랜 고민은 끝은 퇴사라는 결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사장님한테 말하기까지는 거의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선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을 하는 순간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날 믿어주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그만둔다는 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막상 그 말을 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땐 서로 우느라 제대로 말도 잘하질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난 5년 동안 정들었던 남대문을 떠났다. 일을 그만두고 일주일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던 것 같다. 밀렸던 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들로 속을 채운 뒤 머리를 식혔다. 남대문을 그만둔 뒤 향수병 비슷한 것들이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특히나 더 필요했다. 내가 결정한 선택이었기에 되돌릴 순 없었지만 영광의 시대에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것만 같은 날들이 이어졌기에 힘이 들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결국 나는 다른 방식으로 남대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그때 난, 그것만이 유일하게 남대문과 다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쉬운 길로 남대문에 도매업으로 상가를 열 수도 있었지만, 그건 사장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실현하지 않았다. 난 힘들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고 싶었고, 마침 그때의 남자친구(현 남편)가 비슷한 시기에 일을 그만두게 되어 우린 함께 동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만나면서 미래에 대해서 많은 고민들과 이야기들을 함께 했었기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

 



*번아웃 증후군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소진 증후군,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며, 완벽주의적 성격이거나 직무에 대한 성취적 욕구가 강할수록 자신을 엄격하게 판단하며 스트레스를 높인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번아웃 증후군을 유발하며,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요소라고 발표한 만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스스로를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전 12화 매일이 즐거워서 , 나는 내가 다 나았다고 착각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