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싶어
딸은 두툼하게 불룩 튀어나온 내 배를 보고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리고 자기 배를 보여주었다. 나보다야 못하지만 딸도 배가 좀 나온 편이었다.
우리 가족은 군것질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부주의하면 금방 살이 찔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동이라고는 동네를 산책하는 게 전부였는데 슬슬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둘이 찾은 해결책이 ‘복싱다이어트'였다.
동네에 이상하게 복싱운동 하는 곳이 많아서 사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인데 우리 동네만 그런 것은 아닌 듯싶었다.
나는 사실 어려서부터 운동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함께 운동하자고 끌어주는 이가 없었고 혼자 체육관을 방문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헬스장이나 수영장을 등록하기도 했지만 직장모임과 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자주 불참하게 되면서 거의 흐지부지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복싱다이어트는 1년이 넘었다. 한 가지 운동을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는 건 역시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무엇보다 운동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했는데 이전에는 마음속에 여유가 없었다. 늘 시간에 쫓겼고 헉헉대느라 내게 운동은 사치처럼 여겨졌었다.
사실 그건 진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속 불안이 만들어낸 가짜 생각인 것 같다. 직장동료들 중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직원도 있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타고났다'고만 생각했었다.
지금도 군것질을 좋아하지만 불안감은 훨씬 덜하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지방을 날려 보내는 쾌감이 든다. 하지만 뱃살은 얘기가 다르다.
딸의 배에 생긴 복근이 탐이 나지만 이제 욕심을 버렸다. 아프던 몸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일이니까.
체육관 회원 중에 나처럼 백수는 없는 것 같다. 거의 젊고 직장인이거나 수능이 끝나 홀가분해진 예비대학생이 많다.
나처럼 아프지 않을 텐데 일찍부터 시작하는 게 대단해 보였는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운동이 다이어트도 되겠지만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 퇴근 후에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체육관에 방문한 그들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면 갑자기 달라 보인다.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바라보며 크게 기합을 넣는다. 가끔 너무 우렁찬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나도 진작에 이런 느낌을 알았다면 직장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까?’
무엇도 장담할 수 없지만 나는 더 당당할 수 있지 않았을까..
딸은 운동을 시작하더니 더 화끈해졌다. 요즘말로 ‘테토녀'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아직 한발 앞으로 나아가길 겁내고 있다. 운동에 푹 빠지지는 못하고 있다. 하긴 푹 빠지기엔 내가 걸림돌이다.
나는 아직 많은 것에 매여있다. 항상 뭔가 해야 할거 같고, 쉬면 불안하고, 나는 나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내게 매달려있는 두터운 뱃살처럼 나를 짓누르는 불안감에서 탈출하면 나는 더 멋있는 운동녀, 테토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