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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Apr 18. 2024

나의 버킷리스트

[행복을 찾아서]

원래 계획과 달라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하는 날은 다른 날과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기분이 묘했다.


회사 구성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문을 나섰다.



퇴사를 하면 무엇을 할까 고민해서 버킷 리스트를 정리했다.


- 평일 낮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책 보기


- 비 오는 날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읽기


- 가족과 첫 해외여행 가기


- 앞으로 10년을 계획하기


- 월요일 저녁 야식과 반주하기


- 고향 가서 따뜻한 집밥 먹기


- 어머니께 감사 편지 쓰기


- 공원에서 새벽 공기 마시며 산책하기



이 중에서 퇴사 첫날 내가 한 버킷 리스트는


평일 낮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책 보기였다.


회사에서 챙겨 온 내 짐들을 집에 두고 책과 노트북을 챙겨서 바로 나왔다.


집 근처 연트럴 파크로 가는 길에 돗자리 하나를 갔다.


나무 아래 그늘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았다.


그리고 누워서 책을 봤다.



예전 뉴욕 센트럴 파크에 갔을 때,


공원에 누워서 책 읽는 사람들을 본 기억이 났고,


그대로 하고 싶었다.


평일 점심시간이었기에 다들 잠시 산책하러 나왔으나,


누워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으니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몇 년 동안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그런 여유를 가지니 너무 행복했다.


온 하늘이 붉게 문들 때까지 한 곳에 누워서 책을 읽었다.


8월이었지만 나무 그늘 아래여서 덥지 않았다.


종종 바람이 불면 시원했다.



학교 다닐 때 방학 첫날 같은 기분으로 집에 와서


그동안 고생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혼술을 했다.



며칠 후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이나 북미로 가고 싶었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고,


남동생이 휴가를 많이 쓸 수가 없어서 대만으로 다녀왔다.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대만 친구를 통해서 현지인들만 아는 식당과 숨은 명소를 다녀왔다.


내 퇴사가 결정되고 조금 급하게 일정을 잡은 것이지만,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잘 다녀왔다.


그때의 사진과 영상은 아직도 내 폰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한국에 돌아온 다음날 비가 왔다.


가방에 노트북과 책을 넣고 집 근처 조용한 카페로 갔다.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밖을 보고 한참 동안 비멍을 했다.


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뭔가 제대로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머리를 비워내고 있으니,


문득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들었다.


앉은자리 해서 반기, 연간, 3년, 5년, 10년 목표를 세웠다.


장기 목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결승선을 조금이라도 세워두는 것이 내게는 필요했다.



그렇게 버킷 리스트를 하나둘씩 해나가다 보니,


다음 회사 입사일이 다가왔다.


백수의 하루는 왜 이렇게 바쁜 것인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3주가 후딱 지나갔다.



입사 전주에 추석 연휴가 있었다.


고향에 내려가서 마지막 남은 버킷 리스트를 완료해야 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정말 푸짐하게 맛있게 먹었다.


올라오는 날,


어머니께 그동안 말하지 못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다.


이제 나와 동생을 그만 챙기시고 어머니만의 인생을 찾으시라고도 말씀드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용돈도 챙겨드렸다.



서울 집에 도착할 때쯤 어머니께 메시지가 왔다.


“잘 도착했나? 뭐한다꼬 이렇게 많이 넣었니?”



용돈 챙겨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일 아침이 되었다.


뭐든지 처음은 설레고 두근거린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HR 담당자께서 맞이해 주셨다.



“지미,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나의 회사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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