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 세나오 광장, 세인트폴 대성당, 베네시안 호텔, 에그타르트
배를 마지막으로 타본게 언제일까? 한참 기억을 더듬어서야 재작년쯤 타본 한강 유람선을 떠올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카오 페리터미널로 향하며 오랜만에 물 위에 둥실 떠보는 것도 설레고, 배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것도 설레고,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라서 설레고, 그냥 마냥 여하튼 설렜다.
페리에 타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와 이렇게 흔들리는데 1시간을 어떻게 타고 가지?' 손잡이를 잡지 않고는 10초도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얼른 자리를 찾아 앉아서 그래도 처음 타보는 페리니까 기념사진을 남기던 중 배의 흔들림이 사라졌다. 출발을 하고 나니 가속도가 붙어 정박해 있을 때의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럼 소풍가는 기분으로 과자를 먹어볼까?
어젯밤 마트에서 샀던 매운 새우깡, 홍콩에 왔으니까 홍콩 과자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트에 있던 대부분의 과자가 Calbee 이거나 Lotte 였다. 그냥 국내 새우깡이랑 비교나 해보자 싶어 샀는데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 과자를 먹어야겠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오묘한 맛이 났다. 몇개 먹다가 맛이 없다고 가방에 넣어뒀는데 돌아오는 페리에서 배고프다며 다시 꺼내먹었다.
마카오 도착! 디지털의 노예들은 마카오에 내리자마자 유심칩을 사러 갔다.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바로 옆 창구에서 구매하면 알아서 끼워주기까지 한다. 가격차이는 없으므로 창구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3G는 그날 하루종일 쓰고도 상당량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카오는 각 호텔의 셔틀버스가 놀랍도록 잘 돼있어서 별도의 교통비가 들지 않았다. 호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홍콩섬 사람들도 주말에는 마카오로 나들이를 하는 탓에 페리나 셔틀버스 모두 상당히 붐빈다. 여하튼 베네시안 호텔 셔틀버스를 얻어 타고 마카오 시내로 향했다.
1. 세나도 광장
여기가 마카오구나! 사진으로만 봤던 마카오 세나도 광장. 특별한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유럽풍 건축물들과 이 거리의 분위기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다. 광장을 거닐다가 상 도밍고 교회를 돌아보고 나올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도 오고 배도 오프고 일단 밥을 먹자. 먼저 마카오에 다녀간 친구가 꼭 먹어보라고 추천했던 돼지고기버거를 먹어보기로 했다.
빵 사이에 돼지고기 끝. 야채 한 조각, 소스 한 방울 들어있지 않은데 신기하게 맛있다. 한국에서도 팔았으면 좋겠는 맛. 양념이 잘 베어있는 고기가 맛있었다. 그런데 한입 베어무는 순간, 뭔가 묵직하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빵을 들춰보니 엄청난 크기의 뼈가 들어 있었다. 이거 고기만 있는 줄 알고 세게 씹었더라면 이가 나갔을 거라며 킥킥대다가 뼈다귀 사진을 남겼다.
2. 세인트 폴 대성당 (성바울 성당)
비가 조금 그쳐서 세인트 폴 대성당에 찾아가기로 했다. 책의 설명만 믿고 찾아가다가 또 한 차례 길을 헤맸다. 폭우에 우산이 고장나고, 샌들이 다 젖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마카오는 홍콩보다 훨씬 깔끔하고 질서정연했다.
다음 목적지는 '마가렛스 까페 에 니타', 세인트 폴 대성당 만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목적지 중 하나인 에그 타르트 전문점이다. 쿠키 같은 홍콩식 에그 타르트와 다르게 바삭한 패스트리 빵 안에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차 있다. 에그 타르트 맛에 빠져 한국에 와서도 여러곳에서 사먹어 봤지만 마카오의 에그 타르트 맛은 나지 않았다. 국내에 파는 에그 타르트는 대부분 홍콩식 쿠키 에그 타르트와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마카오에 또 갈 일이 있을까? 이 맛을 또 느끼긴 힘들겠지?
3. 베네시안 호텔
어려서부터 늘 베니스를 동경해왔다. 그런데 그 시작은 어디에서 부터였는지, 초딩 시절 혹은 유아기에 어디에서 베니스를 본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나는 베니스를 여행하고 싶다'라는 주제로 영어 말하기를 했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아직도 베니스에 못 가봤다. 그리고 베니스와는 손톱만큼도 연관이 없지만 그곳을 흉내낸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에 도착했다.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백화점의 실내는 대략 이렇다. 기대보다 훨씬 화려하고 크고 예뻤다. 정말 베네치아인마냥 노래를 부르면서 곤돌라의 노를 젓는 뱃사공도 여럿보였다.
여행 책자에 의하면 베네시안 호텔에는 맛집이 정말 많다는데 호텔 내에서 원하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세계 여행자들에게 문을 활짝 연 관광지로 개발을 해놓고는 직원들은 영어를 전혀 못한다. 물론 나 또한 짧은 영어지만, 식당이 어느 쪽에 있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안내원이 알아듣지 못해, 바디랭귀지를 동원해서 먹는 흉내를 냈더니 그 역시 손짓으로 저쪽 넘어 어디쯤이란다. 손가락이 향한 쪽으로 가보았더니 족히 백명은 앉아 있는듯 바글바글한 푸드코트. 그런 곳에서 여행 둘째 날의 만찬을 하고 싶진 않아서 조금 더 돌아보다가 발견한 "MADEIRA", 분위기도 판매하는 메뉴도 마음에 든다. 오늘 저녁식사 장소는 너로 정했다!
밤이 되자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마카오. 겨우 하루 머물렀을 뿐이지만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페리를 타고 뚜벅뚜벅 걸어서 온 코스 그대로 숙소로 돌아왔다.
참, 마카오에서 카지노 체험도 해봤는데 2천원 잃었다. ㅋㅋ
잊혀지기 전에, 홍콩&마카오 여행기 2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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