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홍콩 #5. 여행자의 낭만

마지막 날 - 홍콩 센트럴 대관람차, 맥도날드 블랙버거 화이트버거 편

by 짐니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침대에서 눈만 떴을 뿐인데 벌써 아쉽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그날의 감정이 떠올라 또 다시 아쉽다. 마지막 날인만큼 두배로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뻥을 조금 보태자면 눈 감고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은 숙소(셩완 아이클럽 호텔) 앞 시장 골목.


떠나기 전 몇일 묵지 않았지만 그새 정이든 것 같은 셩완 지역을 돌아봤다. 셩완은 번화가가 아닌 외곽 지역이어서 더더욱 홍콩 사람들의 삶을 깊숙히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웃통을 벗고 일하는 아저씨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고, 정육점으로 추정되는 가게에는 오리의 머리가 줄줄이 걸려있어 그 곳을 지날 때는 매번 앞만보고 축지법을 써서 지나쳐와야 했다. 한국 시장에 돼지머리, 소머리가 나와 있는 것과 뭐가 다르겠냐만은 홍콩 시장의 면면들이 정겹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뜨악하기도 했다.



홍콩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날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 문득 홍콩섬에서도 침사추이에서도 한 눈에 보이던 대관람차가 타고 싶었다. 홍콩역 도심 공항터미널에서 무거운 캐리어를 모두 보내버리고,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대관람차로 향했다.




홍콩 대관람차는 오픈 시간이 오전 10시부터였는데 얼마나 서둘렀는지 오픈 시간보다도 일찍 도착했다.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미처 사지 못한 지인들의 선물을 사고(대관람차에서 도보 3분거리에 기화병가가 있다!), 그 날의 첫 손님으로 대관람차에 올랐다. 대관람차는 성인 1인당 HK 100달러로 한국 돈으로 15,000원 정도이다.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관람차를 타면 놀라운 홍콩섬의 뷰를 관람할 수 있고, 한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나온다! 이 두가지로도 만족이 안될 것 같다면 해가 진 후에 탑승해서 홍콩의 야경을 감상하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대관람차 탑승 전에 살짝 비가 내렸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 덕분에 우리가 있는 이곳이 더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발 아래 도심부터 저 멀리 바다 건너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살면서 몇 안되는 시간이 좀 느리게 갔으면 하는 순간이었다. 야속하게도 관람차는 출발지에서 최고점을 거쳐 두어차례 회전하더니 탑승 시간이 종료되었다. 손님도 없는데 한 바퀴만 더 태워 달라고 "원 모어~"를 외쳤는데 얄짤없이 내리란다. 투덜거리며 내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침도 점심도 먹지 않은채로 돌아다닌 터라 홍콩공항에 도착해 맛집부터 찾았다 홍콩을 떠나기 전에 딤섬을 한번 더 먹고 싶다는 친구의 얘기에 어렵사리 딤섬집을 찾았는데, 맛도 서비스도 정말 놀라웠다. 홍콩공항이 아니라 마치 중국시장 한복판에서 현지인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 같았다.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았고,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는데 주문한 음식 중 하나가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다리자니 조급하고 화가나서 카운터에 찾아가 얘기를 하자 주방에 확인해보겠다는 제스처만 취할 뿐 그 뒤로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먹은 분의 식사값만 계산하고 자리를 떠났다. 식당에서 실수로 주문이 누락되거나 요리 순서가 뒤바껴 음식이 늦게 나오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단 한 마디 설명도 없이, 손님이 일어나 나가도록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정말 비난받아 마땅하다. 맛도 서비스도 최악이었던 이 곳의 이름을 알아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하루 종일 먹은거라고는 조그만 딤섬 서너조각 뿐인데, 우리의 제주항공은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비행기 탑승시간을 30분 앞두고 제발 패스트푸드 점이 있어라 기도를 하며 탑승 터미널로 향하던 중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노란색 M 마크를 향해 뛰어가며 무슨 정신이었는지 홍콩 맥도날드에서만 파는 메뉴가 있지 않을까?에 대한 얘기를 함과 동시에 검색을 했다.(이 무렵 우리는 홍콩을 떠난다는 아쉬움에 어떻게든 홍콩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다.) 검색 결과 홍콩과 일본 어느 지역에서만 판매한다는 블랙버거와 화이트버거! 그래 이거야! 딤섬집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허기까지 블랙버거 화이트버거가 모두 채워줄 것 같았다. 버거 두개를 포장해서 비행기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꽁꽁 언 눈길 같았던 구름길.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해준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잊혀지기 전에, 홍콩&마카오 여행기 끝.






*잊혀지기 전에, 홍콩 여행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구독과 댓글은 글쓰는 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잊혀지기 전에, 홍콩 여행기 더 보기

1. 행복 총량의 법칙과 길 헤매기 총량의 법칙

2. 마카오에 비가 내린다

3. 바다의 발견: 디스커버리 베이

4. 홍콩의 밤: 빅버스 나이트 투어

5. 여행자의 낭만: 센트럴 대관람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홍콩 #4. 홍콩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