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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쪽 #1. 고기국수 먹으러 제주에 간다는 말

1일차 - 자매국수, 김녕해변 편

by 짐니



대부분의 나는 즉흥적인 사람이 아니다. 돈과는 달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영화티켓을 예약하지 않고 극장에 간 적이 없는 정도. 그냥 가서 시간 맞는거 보지 뭐, 이런 식은 나한테는 안 통한다. 조금만 준비하고 계획하면 어떤 것도 낭비하지 않고 즐겁고 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무턱대고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철저히 무계획으로, 그것도 일주일이 뭐야 5일 전쯤 정한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비행기 티케팅만 덜렁 해놓고, 하루 전날 부랴부랴 렌트카를 예약하고 당장 오늘 밤 잘 곳도 정하지 않은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래도 우리 여자 둘인데 잠은 안전한데서 자야하지 않을까?" 안하던 짓을 하려니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비행기 탑승 후 이륙하기 전까지 약 15분 만에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입금까지 완료했다. 이제 됐다! 잘 곳을 정하니 좀 안심이 되는군. 가보자!


-내 친구 U를 소개합니다! 제주 도착, 기분만큼 발걸음도 가벼운 그녀.


사실 이렇게 무계획 여행을 떠나게 된데는 친구 U의 공이 크다. 사소한 걱정은 많지만 큰 일 앞에서는 대범해지는 여자, 세상에 이렇게 쿨한 여자는 처음봤다고 하기에는 너무 20년 지기인 우리. 그런데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한 친구랑 여행을 가면 많이 싸운다던데 U와 여행을 가자 결정했을 때는 다툼에 대한 걱정은 1초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1년에 한 번씩은 꼭 제주에 오게된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좋았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 좋았던 제주, 그래서 더 기대되는 이번 여행.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에 도착해서 무얼할까? 얘기도 나누고, 서로 예쁜 옷을 입었다고 칭찬을 해대다가(자존감 북돋워 주는 사이), 가방에 있던 초콜릿을 까먹는 사이 제주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유연하게 렌트카 하우스로 빠져나가 예약해 둔 차를 받자마자 네비에 자매국수를 입력, 곧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1. 자매국수 고기국수


-제주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자매국수, 워낙 유명하다지만 저녁 시간이 지났는데도 줄이 늘어서있다.


또 먹고 싶다, 고기국수!


고기국수를 좋아한다. 나는 대게 몸이 안 좋을 때 뽀얗고 진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는데, 돼지국밥, 순대국, 고기국수가 대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으면서 동시에 건강한 음식! 제주에 오면 매일같이 먹고 싶고, 서울에 가서도 제주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궁극의 음식! 그 음식이 내 눈 앞에 있다. 정말 순식간에 흡입했다. '아 진짜 맛있다.'



2. 김녕해변




배도 부르고 마음도 여유롭다. 다음 행선지는? 지체 없이 제일 가까운 바다!를 외친다. 바다로 가자. 네비의 안내대로 가장 가까운 바다, 김녕해변에 왔다. 오는 내내 여기 해변이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인적도 없고 정말 깜.깜.했다. 아 그래도 좋다. 마냥 좋다. 회사도 떠나 집도 떠나 여행을 왔고, 아직도 휴가가 3일이나 더 남았는데 안좋을게 뭐가 있겠는가.


-깜깜한 밤바다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운전을 하는 U가 한 사람이라도 더 즐거워야 한다며 맥주를 허락해줘서 시원한 맥주를 한 캔 샀다. 빨대로 쪽쪽 마시다가 성에 안차 벌컥벌컥 마시고는 방금 전 다녀갔을 누군가들이 쪼로록 세워놓은 맥주 캔 옆에 일행인양 올려놔본다.


밤이 늦었다. 급하게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와보니, 정말이지 찜질방만도 못한 곳이었다. 일단 자자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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