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 우도 여행, 우도봉, 서빈백사, 우도 블랑로쉐 편
제주여행 첫날 밤의 그 시끄럽고 지저분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나마 하나 건질게 있었다면,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분이 알려준 우도여행 팁이다. 우도에 첫 방문하는 우리는 우도가 정말 아주 작은 섬인줄 알았다. 남이섬처럼 자전거를 타고도 금새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줄 알았다. 자전거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겁 없이 친구에게 전기 자전거를 빌리자고 했다. 정말 뜨거웠던 한여름의 우도에서 자전거를 탔을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분은 우도 관광버스를 추천해주었는데, 저렴한 비용에 중요 관광지에서만 내리고 타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우도 관광버스는 꽤 자주 있어서 내린 곳이 별로라면 바로 다음 버스를 타도 되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서는 몇 시간이나 머물고 식사를 하기도 했다.
1. 우도봉
우도 관광버스가 안내해준 첫 행선지는 우도봉이다. 마냥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최적의 장소! 1시간 정도 걸려 우도봉을 걷고 멀리 바라보고,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맑고 푸른 곳에서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보며 걸을 수 있다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우도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유혹을 참지 못하고 '우도에서만 판다는' 땅콩 초콜릿을 샀다. 맛이 없다. 또 속았다. 여행을 아무리 해봐야 또 다른 여행지에서는 여지없이 속고 또 속는다. 그래도 마냥 좋다.
2. 검멀레 해안
모래가 온통 검은색이라서 검멀레라고 불리운다는 검멀레 해안,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바다 앞까지 내려가 까만 모래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검멀레 해안 주변은 우도에서 방문한 곳 중 가장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음식점이나 특히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았는데, 썩 유쾌하고 깔끔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어봐야 겠기에 동일함을 거부한다는 '우도왕자 이야기'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진짜 듣도 보도 못한 동일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신 우도왕자 이야기의 땅콩 아이스크림(ㅋㅋ). 고양이? 강아지? 하길래 강아지!를 외친 결과물이다. 둘이서 하나만 주문했는데도 정성스레 땅콩 가루를 듬뿍 뿌려가며 신기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셨지만 맛은 기대 이하다. 일반 아이스크림이라면 충분히 먹을만한 맛이긴 한데 문제는 땅콩맛이 안난다. 우도에 오기 전부터 땅콩 아이스크림을 기대했던 터라 땅콩의 고소함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을 기대했다. 아쉽지만 땅콩 아이스크림은 입 보다는 눈으로 먹는 걸로.
3. 서빈백사
검은색 모래로 뒤덮였던 검멀레해안에 이어 이번에는 새하얀 모래로 뒤덮인 서빈백사에 왔다. 서빈백사 역시 우도에 가기 전부터 필수코스로 꼽았던 곳인데, 우도관광버스의 마지막 종착지임에도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거 내려야하나 말아야하나 서빈백사가 왜 이리 인기가 없지? 고민하다가 뚝심있게 내리기로 결정했다. 꽉 찬 45인승 버스에서 정말 우리 둘만 내렸다. 내리면서도 긴가민가 여기가 아닌가 싶었던 감정은 버스 밖으로 한 발을 내딛자마자 사라졌다. 와 - 와 - 진짜 예쁘다!! 동해, 서해, 남해 바다라는 바다는 다 가봤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여유로운 바다는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내리지 않은거지? 다시 생각해보니 우도 선착장에서 가까운 서빈백사를 먼저 보고 우도관광버스에 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아름다운 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4. 서빈백사 블랑로쉐
'2층짜리 건물이 있다. 1층은 카페고, 2층은 개인 작업실이자 주거공간이다. 해가 아주 잘든다. 한 쪽면은 전면이 유리라서 창을 활짝 열면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이왕이면 바다 앞이라 파도 소리도 들리고, 건물 안에서도 바다가 아주 잘 보인다. 밖으로 스무 발자국 쯤만 가면 해변이 펼쳐진다.' 유치하지만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 다시 태어나면 가져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두도 안 나는 꿈속의 공간. 2층짜리 건물은 아니었지만 환상 속의 그곳와 아주 일치하는 카페를 우연히 우도에서 만났다.
서빈백사를 걷다가 배가 고파서 저 멀리 하얀건물을 보고 무작정 걸었다. 레스토랑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하고 일단 가보자!해서 도착한 곳이 여기다. '블랑로쉐'
두 면이나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실내와 야외의 구분이 전혀 없다. 햇살도 좋고 파도 소리도 좋고 편안하고 여유롭다. 우리는 여기에서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맥주도 마셨다. '너무 좋다, 행복하다'를 연발하다가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이 이렇게 좋을 수 있냐며, 기분 좋게 마신 맥주 때문인지, 이 공간이 주는 힘 때문인지, 함께한 친구 덕분인지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코스가 아직 남았다. 제주도로 돌아가 용눈이 오름을 올라야해! 무계획이라더니 은근히 할 게 많다. 서두르자!
나날이 더 행복했던, 제주여행기 2일차 우도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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