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밤 - 홍콩 빅버스 나이트투어, 침사추이 레이디스마켓 편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별것도 아니지만 우리동네에는 없으니까 우리나라에는 없으니까 괜히 더 멋있어 보이고 낭만적이게 다가온다. 홍콩 관광을 도와주는 2층 버스 얘기다. 단지 한 층이 더 있는 버스일 뿐인데 굉장히 타보고 싶었다. 특히나 노래로도 있는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를 지붕이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생각을 하니 흥분됐다.
빅버스 티켓은 한국에서부터 예매를 해왔다. 페리를 타고 디스커버리베이에서 센트럴까지 이동 후 얼마 걷지 않아 바로 빅버스 타는 곳을 찾을 수 있다. 2~3명의 빅버스 직원들이 있었는데 질문마다 상당히 친절하게 대답해줬던 기억이 난다. 빅버스에 타면 각국 언어별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방송을 듣기 위한 이어폰과 혹시나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한 우비가 제공된다.
달린다, 신난다! 홍콩에 와서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마주한 것 같다. 아무리 여행이라지만 더위로부터 오는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여행 내내 들었던 '5월이 이렇게 습하고 더운데, 7-8월의 홍콩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걸까'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머리에서 떠나는 순간이었다. 빅버스 나이트 투어는 평일 저녁 7시에 출발한다. 때문에 퇴근길 정체에 걸리면 걸어서 관광을 하느니만 못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다행히 길이 많이 막히지는 않았지만, 지붕이 없는 빅버스의 묘미는 역시 달릴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도심으로 들어갈 때는 휘황찬란한 건물들을 구경하고 셔터를 눌러대긴 했지만 내심 '빨리 달렸으면..' 싶었다. 외곽 지역을 달릴 때는 깔깔 대면서 바람에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 블로거들의 추천으로 가장 뒷 자리에 앉았는데 탁월했던 선택이었다. 홍콩에 또 간다면 빅버스 제일 뒷자리에서 또 다시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다.
1. 스타의 거리
우리는 센트럴 페리 터미널에서부터 침사추이를 한바퀴 돌고 스타의 거리에 내렸다. 빅버스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레이디스 마켓에 정차했지만 2층 버스의 낭만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서 돌고 돌아 스타의 거리까지 왔다.
스타의 거리에는 이렇게 유명한 배우와 감독들의 동상과 손도장이 있었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건너편 홍콩섬의 야경을 감상하러 오는 것이지 어느 누구도 스타의 손도장을 찾아보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심포니오브라이트 공연 때문에 엄청난 관광객이 몰렸는데 관광상품으로 내세우기에는 정말 볼품 없었고, 소리 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바다와 어우러진 야경이 보고 싶고, 밤바람을 맞으며 조금 걷고 싶다면 추천, 재미있는 공연이나 구경거리를 찾는 사람에게는 비추.
홍콩섬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다녀온 모든 여행지를 통틀어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인파에 밀려 사진 두어장을 급하게 남기고 레이디스마켓으로 향했다.
2. 레이디스 마켓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는 굳이 빅버스를 더 타고 싶어 레이디스마켓을 지나쳐 내렸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뭉콕역으로 왔다. 그런데 지하철에서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뭉콩역에 도착했을 때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급하게 약국을 찾아 들어가 바디랭귀지로 설명을 하다가 중국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역을 부탁했다. 약사는 한국의 정로환처럼 냄새가 고약한 약을 한통 내줬다. 약을 들고 거리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생수를 살만한 편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약국에 전부 정수기가 설치돼 있는데!! 빅버스로 인한 행복감은 사라지고, 통증으로 괴롭고, 날씨는 덥고, 편의점은 없고, 종일 돌아다니며 하나 둘 샀던 기념품들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당초 뭉콕 야시장에서 꽃게찜을 먹으려고 했는데 나의 배탈로 기대했던 저녁 식사도 하지 못했다. 친구에게도 미안하고 마지막 날 밤에 여행을 망친 것 같아 짜증이 났다. 약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서야 통증이 사라졌지만, 한국에 와서도 거의 한달 가까이 장염 증세로 고생을 했다. 도대체 뭘 잘못 먹었던 걸까? 지금도 모르겠다.
숙소에 여행 첫째 날 사다놓은 망고가 그득했지만 먹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잊혀지기 전에, 홍콩&마카오 여행기 3일차 끝.
*잊혀지기 전에, 홍콩 여행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구독과 댓글은 글쓰는 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잊혀지기 전에, 홍콩 여행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