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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May 16. 2022

양배추즙을 먹은 지 2년

위를 위하여.


2년 전.

예술인(연극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였던 건강검진을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면 받아봐야지 했던 건강검진을 몇 년이 지나 우연히 알게 된 방법으로 받을 수 있었다.

운동을 꾸준히 해오긴 했으나, 식생활이 워낙 좋지 못했던 탓에 검사를 받기 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못했다. 검사 후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직검사를 진행했어요."

"네?"



뭐지. 조직검사라니? 내가? 왜?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나한테? 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순간 오바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 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암은 아니고요. 그래도 위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네..."



그 후 매년 위 검사를 받아보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걱정을 길게 가져가는 편은 아니기에 대충 2년에 한 번씩 받으면 되겠지 했다. 길게 가져가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 몸이 강철처럼 무적이었으면 한다.

그 후 나는 위에 좋다는 모든 것들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길게 가져가는 편 아니라는 말 취소.)



양배추즙부터  까지. 그리고 요리할 때 쓸 수 있는 무슨 버섯 가루(?)까지...

조금 다소 오버하는 경향이 있긴 하나, 내 몸하나 끔찍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몸뚱이 하나가 재산인 직업인지라 그도 그럴법하지 않는가. 매일 아침 마를 갈아먹었고 저녁이면 양배추즙을 마시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관리 한지 2년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 금요일.

다시 한번 건강검진을 받는다.

2년 사이 위를 아끼고 사랑해주며 어르고 달래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식생활이 나아진 건 없었다. 여전히 불규칙적이었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좋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는 식습관까지. 그럼에도 양배추즙을 꾸준히 2년을 먹었다는 자기만족은 엄청난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자, 이제 나의 2년의 노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양배추즙 도사가 되어있는 지금. 어디 양배추가 맛있고 어떤 성분에 어떤 함량을 봐야 하는지 까지.

처음에는 그저 그랬던 맛조차 이제는 수확시기에 따른 당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해졌다.




걱정 반, 기대 반.

한주의 시작이 월요일이라고 하지만, 이번 주만큼은 그냥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검사를 받고 싶다.

검사 결과가 좋으면 기쁨의 축배(기네스)를 들어야겠다. 그 정도는 위도 용납해주지 않을까.

한 몇 주간 마시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을 참아내고 이겨냈지 않았는가.




친한 어른분들이 몇몇 있다. 그분들은 내게 언제나 인생을 즐기고 젊을 때 더 즐기라고 하신다. 최근 연락에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이보다 더 즐겁게 살고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으로 시간을 흘러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

괜스레 건강감진날이 다가올수록 저 말들이 더욱더 다가온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러면 슬프겠지만, 슬프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양배추즙을 먹는다.

그리고 더 뜨거운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금요일에 받을 검사 결과가 부끄럽지 않게.



벌써부터 떨리면 어쩌라는 건지.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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