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신 그곳은 따뜻하신가요.
교회 문턱이라도 밟은 우리 아빠를 제발 긍휼히 여겨 홀로 가느라 고단한 몸뚱이 품에 안아주십사 주님께 기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빠가 우리를 떠난 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다다랐습니다. 사람 죽는 게 참 쉽다고 생각하게 되어 따라가 보려 여러 번 시도해보기도 하였으나 그 시간만 잘 넘기면 또 삶을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글을 쓰며 어느 정도 그리움을 해소시키고 나면 아빠를 향한 마음이 그리움인지 분노인지 안쓰러움인지 그 모든 감정의 뒤섞임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와 동생은 이제 아빠를 추억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물론 저는 여전히 종종 아빠를 따라가고자 하는 충동에 휩싸이곤 하지만) 덜 원망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들의 결혼식들 보고 죽겠다던 당신의 말은 이젠 거짓이 되었지만 제 결혼식 부모님의 자리는 빈자리로 남겨둘 테니 그날에 찾아와 앉아계셔요. 아빠 손 잡고 입장할 일은 없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많이 미워서 초대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거든요.
잡담은 뒤로 하고 이 새벽 떠오르는 아빠를 위한 글을 또 써봅니다. 작가가 꿈이었던 나의 글을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아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