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20여 편의 연재 글을 쓰며 독자님들께 받은 질문과, 미국 유학 및 취업과 관련해 지인분들이 저에게 자주 하시는 질문을 한데 모아보았습니다. 질문을 하신다는 건 그만큼 글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셨다는 뜻이라 정말 감사했습니다. 회사에서 빅 보스가 질문받을 때 왜 그렇게 반가워하는지 알 것 같더군요. :) 그럼 바로 Q&A 가보겠습니다.
Q1. 직장과 유학 준비를 병행하려면,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유학 준비를 했던 1년간은 회사 일과 유학 준비에만 집중했고, 취미 활동, 여행, 무리한 운동 등 다른 활동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주중에는 퇴근하는 순간부터 수험생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학원 이동 시 단어를 외우거나, 노트 필기한 걸 복습하거나, 리딩 지문을 읽었습니다. 너무 피곤하면 지하철에서 잠을 청할 때도 있었고요. 직장인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중 저녁, 주말밖에 없으니, 이때를 최대한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회사에서는 책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학원 합격/불합격에 작용하는 변수가 다양하기에,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지원해서 안 되면 내년에 또 준비해야 하니까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딴짓’을 결코 좋게 보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소문내지 않고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동료에게 ‘너만 알고 있어’는 통하지 않아요. 사내 소문, 얼마나 ‘순삭’인 줄 아시죠?
A: 주 2회씩 GRE 버벌, 라이팅 학원 수업이 있었고, 토요일에는 퀀트 수업이 있었어요. 수업이 없는 주중 저녁, 토요일 퀀트 수업 전후, 일요일에 주로 공부했습니다. 저는 보통 8시간을 자야 직성이 풀리는 ‘long-sleeper’인데, GRE, TOEFL을 준비하던 때만큼은 5~6시간 정도 잤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다고 종일 공부만 한 건 아니었고, 함께 시험 준비하던 학원 동기들과 가끔 불금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기도 했습니다. 상반기에 GRE, TOEFL 점수를 따 놓으면, 하반기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A: 프랑스문화(구 불어불문학)를 전공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Customer Insights 리서처와는 매우 동떨어진 일처럼 보이지만, 또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앞서 한 일들이 그다음 단계로 가는 ‘동기부여’ 내지는 ‘절치부심의 자극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외국계 회사 취업 -> 마케팅에 관심 갖게 됨 -> KOBACO 광고교육원 직장인 과정 2년 병행 -> 국내 홍보 대행사 이직 -> 미국 유학 -> 임원 비서 -> 마켓 인텔리전스’를 거쳐, 지금 ‘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한 방에’ 가는 길을 미련하게 돌아 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며 성장한 것 같습니다.
A: 유학 준비 시 일했던 팀이 해외 홍보를 많이 했던 팀이라, 종종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었습니다. 유학 전 영어권 연수 경험은 없으나, 외국어 공부는 좋아했던 편입니다. 회사에서 영어로 이메일이나 보도자료를 쓸 때, 고민하고 뜸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A: <미국 유학 준비 총정리: 에세이, 추천서, 인터뷰 꿀팁>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사분과 동료분께는 영어로 추천서를 받았고, 교수님 추천서만 한국어로 받아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제가 하고 미국 유학한 지인분께 첨삭을 받은 후, 원본과 번역 내용이 일치하는지 공증만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번역/공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 새끼는 내가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서의 뉘앙스를 잘 살리고 싶으시면 본인이 직접 번역하거나 영어 잘하는 지인분께 도움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A: ‘인터넷 검색 50%, 지인 통해 50%’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는 사람을 통해 온다’고 하잖아요? 함께 GRE, TOEFL 시험을 준비하던 학원 동기들과 친해져서 정보를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유학 준비 진도’가 잘 나가고 있는지 서로 체크해 주기도 했었고요. 미국 대학원 확정 후에는 전년도 기수, 한국인 선배님을 알게 되어 룸메이트도 소개받고, 중고 가구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착할 때까지 참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네요.
고우해커스(gohackers.com) 게시판이나 유학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카페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다만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으니,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잘 찾아야 하고, 정확한 정보인지 더블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콤씁쓸 미국 정착 허니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원 1학기 시작 한 달 전, 외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 수업이 있었습니다.선택적 수업이었지만, 저는 미국 생활이 처음이라 신청했어요. 딱 2주 남짓 되는 짧은 수업이었는데, 미국 문화 설명, 동네 상점 인터뷰, 시카고 시내 투어 등 프로그램이 알찼습니다.
또한 그때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 동네 탐험 및 생필품 구입을 하면서 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 계좌 트기, 서류 발급 등 ‘초반 세팅’ 정보도 주고받았고요. 한국인 선배님께서 학교 분위기 및 공부/취업 방향에 대해 귀띔해 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A: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순간인데요, 맥북을 수리하는 일주일 동안 도서관 공용 컴퓨터 앞에서 살았습니다. ㅜ.ㅠ 날린 리포트는 2~3일 만에 겨우 비슷하게 복구했고요. 당시에는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맥북을 묶어 팔았기 때문에, 대학원용 노트북을 새로 구매하는 친구들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쓰던 노트북이 있다면 여분으로 하나 가져오셔도 좋습니다.정기적인 ‘백업’은 필수이고요!
저는 정착 초반에 자전거도 도둑맞고, 맥북이 망가지는 등 사건·사고가 좀 잦았는데요, 돈 없는 유학생에게 이런 사건은 치명적입니다. 모쪼록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없도록, 모두 조심하도록 해요.
Q9. 나이가 유학에 정말 걸림돌이 되지 않나요? 지금 유학길에 오르면 영원히 결혼과 멀어지는 게 아닐까요?
A: 유학 준비 과정부터 취업 준비까지 나이가 걸림돌이 된 적은 별로 없습니다. 걸림돌이 되었다면, 나이와 함께 따라오는 '체력'이겠죠. 나이가 있어도 체력은 본인이 잘 관리하면 되니, 본인의 역량이기도 하겠네요.
나이로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 적은 있습니다. 유학 준비 동기생들이 저를 언니, 누나라고 부르며 경로 우대(?)를 받았고, 한국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에 잠깐 다닐 때도, 나이를 ‘까야’ 하는 분위기가 있어 조금 불편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교회 등 한국인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문화는 ‘유교 문화’의 영향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불편하다면 피하면 됩니다.
지금은 미국계 회사로 이직해 '나이'로 차별받거나 불편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 회사에서는 ‘나이, 성별, 인종’ 등에 관해 묻거나, 그의 근거에 차별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차별해도, 실제로는 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못 하게 하는‘오지라퍼 방지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서만큼은 마음이 참 평화롭습니다.
사실 결혼은 '신의 영역'이라 생각해서 답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을 떠난다고 결혼과 멀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인연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고요. 유학 후 미국에서 취업한 후, 한국에서 짝꿍을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유학과 해외 생활'이 더 큰 목표라면, 결혼 걱정은 조금 미뤄두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미국 유학이 K-직딩으로서 가졌던 모든 걱정과 불확실성을 해결해 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체 미국 유학이 뭐길래>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무리 바퀴를 굴려도 빠져나갈 수 없는 진흙탕에 갇힌 느낌은 사라졌습니다. 미국에 온 후에는 ‘열심히 하면 나도 잘 살 수 있겠다’하는 희망이 생겼어요.
미국에는 다양한 직업과 성장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이곳에도 인종차별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의지와 체력, 능력이 있다면 70세가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커리어를 쌓고 싶은 분들께 도전해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일과 주말 글쓰기를 병행하며, 아침 눈뜨기가 힘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올해는 주말에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희한하게 ‘쓰게’ 되더군요. ‘아... 이젠 쉬고 싶다’ 생각이 들 때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당신 글을 찾고 20편을 정주행 했다’, ‘이런, 저런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질문이 있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글을 마칠 수 있었고요. 글은 부족하지만 제가 가진 경험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퍼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긴 글 읽으시며, 공감과 댓글로 힘을 보태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