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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만졸업 07화

7. 일본 가족들

by 이진다

이진다의 첫 소설『대만졸업』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

현실의 인물,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일부 인물 및 장소는 서사의 흐름상 가명 또는 허구적 설정을 사용하였습니다.




일본에서 단순히 사귀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가족들에게 소개를 하는 것이 그렇게 한국처럼 무거운 의미는 아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심 나를 특별하게 대해주는구나 싶어서 기쁜 마음도 있었다. 대만에서 홍콩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다시 한번 같은 중화권이지만 얼마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질지도 내심 기대가 되었다.


이윽고 편안한 캐주얼한 복장에 일본인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 뵈었다. 대만에서도 일본인 남자친구 외에 다른 일본인 친구들을 많이 보고 사귀었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며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다.


조금 늦은 저녁에 도착한 홍콩에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가족들을 따라 서둘러 발걸음이 옮길 때마다 긴장한 탓에 기내식을 조금 먹었음에도 소화가 되질 않아 난처했다.


홍콩은 미식(美食)의 거리라며 간단하게 관동식 요리를 먹으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처음 와본 홍콩에서 일본인들 사이에 둘러 싸여 식사를 하고 있는 한국인인 내 모습이 기묘하다고 느꼈다.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또 못 알아들을까 봐 그들 사이에서 열심히 경청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친구와 가족들은 말 속도를 느리게 하며 간단한 스몰토크를 서로 이어갔다.


그녀도 열심히 일본인 부모님과는 간단한 일본어로 이야기하며, 원체 일본어 자체를 쓰기 싫어하는 남자친구와는 늘 그렇듯이 중국어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홍콩이 익숙한 듯이 거침없이 돌아다녔다. 그들에 비해 홍콩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낯선 그녀는 마치 세상에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 마냥 홍콩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만과 다른 홍콩만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발걸음을 빨리 재촉해야지 싶으면서도 다시 멈춰 서서 야경을 구경했다. 그러나 앞서 걸어가며 자신을 기다려주는 일본 가족들을 다.


"죄송합니다. 제가 홍콩이 처음이라 너무 예뻐서요."


라며 짧게 인사를 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가족들은 따뜻한 미소로 비가 와서 호텔로 빨리 가려 했던 것뿐이라며 그녀의 발걸음에 보폭을 맞춰주었다.




며칠간 홍콩에 머무르면서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관광명소 위주로 돌아다녔다. 이것은 아마 가족들이 처음 홍콩에 온 그녀를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비록 남자친구의 가족일지라도 한 번도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과 이런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조차 함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온정 속에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 화려한 볼거리, 화를 내는 사람 없이 모두가 웃고 있는 이 분위기가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져서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았다.


더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

당시 이것이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나와 대화를 나눌 때 내가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더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참, 지안 씨 이거 필요한데 써요."


" 네?"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홍콩 달러를 그녀에게 건다. 홍콩에 오면서 정말 아무것도 환전을 안 해 온 그녀에게 주는 용돈이었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했다.


같이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기 때문에 굳이 무언가를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큰 실수를 저지른 것 마냥 두 손으로 공손하게 돈을 받았지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모습에 남자친구 부모님은 하하 웃으며 홍콩에 처음 왔으면 사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미리 용돈을 준다는 것을 깜빡했다고 했다.


그녀는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연신 했지만 역시 아니겠다 싶은지 옆에 서있던 남자친구가 메고 있는 가방에 돈을 도로 넣었다.


결국 그녀는 홍콩에서 자신의 물건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 홍콩 여행에서 그의 가족들과 만난 것이 좋았다.


그것은 그토록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꿈에 바랬던 여유가 있는 가족이 보여 줄 수 있는 품격이자 자상 함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그의 가족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용돈과 세뱃돈을 챙겨주곤 했다.




그 뒤로 종종 남자친구 부모님과 만나는 시간은 종종 있었다. 아들이 일본에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 나름대로 아들을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아들과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려면 대만에 직접 오거나, 제3 국인 홍콩에서 만나던가 아니면 일본으로 겸사겸사 같이 나를 초대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일본에 가면 정성껏 대접을 해주었다.


또 그는 손수 자신이 일본에서 타던 오토바이를 수리해 그녀를 태우고 일본 곳곳을 여행을 같이 다니기도 했다.


일본인 남자친구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외가 쪽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만나니 그녀는 괜스레 스스로가 귀한 손님이 된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이것 또한 일종의 문화차이라고 생각을 했다.


모두가 친절하고 따뜻했다. 또 지안은 속으로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러 오는 것 외에도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행을 자주 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느껴지는 집안의 여유로움이 순수하게 부러웠다.


과거 유명 학군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여유로운 집이 바로 남자친구네 가정환경이었구나를 가까이서 보니 더 씁쓸함과 열등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씁쓸함은 한 번도 그녀는 그런 분위기를 누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것이 얼마나 부모복을 타고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열등감은 그녀 역시 이러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쌓인 이러한 우울감이 느껴질 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크게 그녀의 가슴을 시리게 한 것은 부모가 한결같이 아들의 결정과 기분을 맞추어주며 성인으로써 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그 속에서의 온정에 취해 그녀는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이것이 설령 일본인들의 문화 중 하나인 다테마에(建前)라고 할지언정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나기 전부터 남자친구에 정말 부모님을 내가 이번에도 뵈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남자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우리 부모님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냐면서 핀잔을 주곤 했다.


그래서 지안은 좀 더 용기를 가지고 가식이 아닌 혼네(本音)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일본어가 점점 향상이 될수록 그녀의 마음속에도 언젠가 진심으로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와 그녀는 애초에 서로 다른 위치에서 만나고 있었던 관계로 전혀 동등하지 않았다.


그녀가 대만을 인생의 마지막 베팅하는 곳으로 보고 있었다면, 그는 풍족한 대지들 중 비교했을 때대만이 그나마 마음에 들어 선택한 하나의 장소였을 뿐이다.


즉 지안에게 있어 대만은 삶을 온전히 겪어내고 이겨내서 안전하게 떠나야 하는 곳이었던 것에 반해 그에게 있어 대만은 일본에서 염증을 느껴 삶을 이곳에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 정착지 같은 곳이었다.



✍️ 글로 다 담지 못한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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