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을 잃었고
잃고 떠나는 것은 무거워
무거운 것은 내리기를 허락 받았다
바람을 품은 홀씨들 낙엽 몇 장
새가 되었지만 산란하는 빛 사이를 헤매는 것에
어김없이 지친다
도시에 스러지는 슬픔의 질량에 짓눌려
망태 속 든 것은 없어도
시간마다 등이 휘는 넝마주이 아니 길 잃은 개는
해를 쳐다보지 않았다
킁킁거리며 내린 것들을 줍고 다니는
마약 같은 삶 탓인가
가슴을 데운 적 없어
등으로만 자라나는 욕망이 낯설다
어제 내린 홀씨 하나가 눈 위에 툭
길 잃은 그 위를 걷던 비의 발걸음이 또
멈췄다
내린 것들이 하나 둘
다시 등 위로 올라타서는
나는 다른 계절로 날아갈 것이다
이별이 익숙한 미아가 되어 시간을 헤매다
도시 구석 어딘가에 내릴 것이다
날 부르는 목소리
대답은 다른 시간에 살기에
지고 온 시간만 골목에 내려 두려는데
미련들이 쏟아진다
이 계절도 지는 것들의 무게가 무척 버겁다
[그림 - 뒷모습 by 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