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

by 이윤인경

노래를 꿈꾸었던가

핑계로 오랜 잠에 낀 눈꼽

떼는 데만 한참을 보내다

침묵하던 목소리가 바닥에 잠겨 숨었다


낯선 이가 목을 죄며

쥐어 짜 나는 파리한 음성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만


차라리 녹음기 안에 갇힌 소리였으면

쇳소리처럼 기계를 긁어

살갗에 돋힌 소름을 탓하련만

억지로 나태한 노래를 부르고 말았으니

가수의 꿈은

소름보다 먼저 사라지고

잠긴 바닥에 차라리 숨어있을 것을

욕심의 마녀에 목소리를 빼앗기고

물거품 속에 노래도 갇히고


생각했던 동화는 달리 잔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