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별을 알게 하는 책의 첫 장과 같았다.
나는 사랑을 알고 이별이 아픔을 알았다. 이별은 곧, 순간이었지만 삶의 절망을 깨닫게 했고, 그것은 옛날 키에르케고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다.
검은 마스카라를 한 여자의 눈물처럼 마음을 탁하게 했다. 애초에 절망을 가져다 준 사랑을 원망하게 했고 사랑을 했던 내 삶을 증오하게 했다. 엿새나 지난 우유를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다가도 사랑을 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다 추억까지 토해내곤 했다.
이렇듯 절망 속에서 죽음에 이르러 가던 내가 살고 있다. 다시 사랑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절망을 가져다 준 사랑이 다시금 나를 살게 하고 있다.
사랑은 이별의 첫 장이었지만 절망의 끝장이기도 했다. 사랑은 정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어야지만 진정한 의미를 알 수가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