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을

시간여행자 II

by 이윤인경

그렇게도 예민한 것 같더니
그날이었나
방황하다 주저앉은 무릎에도 네 흔적이 묻어
아팠던 눈물은 말라도
흉터의 색은 선명하다
고통이 선명할수록 계절은 깊고
그 속으로 네가 안기고

참다 흘린 피는 흐르지 않고
매달린 방울 모양 간직하다
지나가는 이 어깨 툭 치면 발밑에 내리고
인기척에 돌아보기가 무섭게
바람이 흔적을 밀어내면
혈흔만 남아 바람에 비명인다

상처는 쌓이고 나는 여위어 가는
미라가 선 길을 걷다 걷다가
널 마주하고는 그냥 눈물이 나서
마른 나무 꼭대기 바라보니
젖은 피냄새가 비릿하게 코를 찌르는
슬픈 계절 한가운데 나는 섰다

네 향기임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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