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커피점을 이용하면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오늘은 아마도 계속 내릴 것 같다.
월요일은 휴관이라 못 갔던 도서관으로 도시락을 싸서 길을 나선다. 비가 오롯이 내리는 오늘 발길이 동네 새로 생긴 카페로 향했다. 전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에그감자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커피 맛도 분위기도 좋아서 또 가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아이스아메리카노’다. 한 여름날 빼고는 무조건 따뜻한 아메리카노였는데 입맛이 변하나 보다. 음악이 흐르고 차분한 분위기에 화초들도 곳곳에 있고 매장이 넓고 깨끗해서 참 좋다.
자리를 정하고 가방을 놔둔 뒤 ‘아아’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성난 표정도 아닌 묘한 그녀의 무표정에말투는 약간 던지는 말투여서 거슬렸다. IC카드를 직접 꽂는 카드 단말기가 보이길래 “꽂을까요?” 했더니 말을 하는 도중 그녀가 “드시고 가세요?”를 했다. 뭔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 그녀는 ‘사람 말을 먼저 잘 듣는 스타일이 아니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급한 성미. 상대방이 뭐라 하든 말든 자기 말을 끝까지 해야 하는 사람.
그렇다고 웃는 표정도 아니고 무뚝뚝하게 해서는 일을 꼭 억지로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카페 분위기도 괜찮고 커피 맛도 좋고 샌드위치도 맛있고 하니 오는 건데 주문하는 첫 타임부터 이러니 기분이 확 상한다.
그런 기분으로 아아를 맛있게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햄치즈 샌드위치가 맛보고 싶어졌다. 주문하면서 “아르바이트세요?” 하고 물어보니 “왜 그러시는데요?” 한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아르바이트가 맞다고 한다.
햄치즈 샌드위치는 깔끔하고 맛있었다. 아까 내가 질문할 때 뻥 찐 그녀의 표정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여기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긴 했지만 가요가 흘러나와 집중을 못하겠던 터라 샌드위치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면서 아르바이트 분한테 가서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두 번째 왔는데 올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 셔서요. 힘내시라고요” 하니 눈을 회피하며 고개를 까딱까딱하는 둥 마는 둥 아래를 쳐다보며 딴 행동을 한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은 먼저 거는 편이지만 이런 걸로 말을 잘하지는 않는데.. 기분 좋게 들어간 카페에서 오히려 기분 나쁘게 나오니 좀 그랬다. 나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오지랖인가? 하는... 그래도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은 그녀의 행동과 표정이 떠 오르면서 잘했다는 생각도 오버랩되었다. 어쩌면 평소 안 좋은 일이 있나..? 항상 우울한 상태인가..?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도 해 보았다.
다음에 오면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