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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 희망을 찾는 법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 2>를 나가며

by 지니






오늘은 연재북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 2>의 마지막 연재날이다. 그냥 이야기하는 게 좋았고 그냥 떠올려보는 게 좋아서, 갑자기 불현듯 적고 싶을 때 써 내려가려고 이 북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 가지 주제가 아니고 잡탕이다. 잡탕이라도 좋다. 여긴 편하게 들릴 수 있는 방앗간과 같은 곳이라 그렇다.


오늘로 아르바이트 17일째다. 고작 4시간 갔다 오지만 요즘 나에게 4시간이란 시간은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가서 좋은 점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4시간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다.


정작 내 시간 중 4시간이란 시간이 아르바이트에 할애되니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미뤄지고 할 시간이 촉박해졌다. 우리 집은 세 식구다. 짝지랑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 짝지의 아침과 어머님의 아침을 동시에 따로 차려내야 한다.(짝지는 거실 식탁에, 어머님은 차려서 어머님 방으로) 어머님은 4주 전 어지러워 넘어지면서 고관절을 다치셨는데 병원에서 3주간을 요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입원 3일 만에 퇴원하셨다. 섬망증상을 보여서다. 그래서 전동침대를 들이고 집에서 모시고 있다. 한 자리에 모여 한 번의 음식을 차리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었다. 동시에 따로 차리는 게 힘들어 생각해 낸 게 출근해야 하는 짝지 먼저 차려주고 어머님을 해 드리는 것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땐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그야말로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데도 어머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울 때 한 번씩 넘어지셨는데 2년 전 크게 넘어져 허리를 다치고 몇 달 전 넘어져 허리를 또 다치고 얼마 전 넘어져 고관절을 다치셨다. 이게 반복이 되니 나도 미칠 노릇이었다. 눈앞에 닦친 일이라 말없이 했지만 몇 번의 반복으로 인해 심신이 지치고 괴로울 때가 많은 것이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든 위안해 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따랐다.


내 부모도 이렇게 보살펴 드린 적이 없다. 물론 이렇게 못 해 드린 것에 대해 후회가 된 날들이 많았지만 말이다. 부모님의 죽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게 사실 한으로 남기는 한다. 아... 이 글은 눈물 없이는 쓸 수 없는 슬픈 글로 기억될 것 같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야 된다는 능수버들 작가님의 글의 내용이 떠오른다.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에 막 글이 적고 싶었던 것도 이런 내 마음을 여기에다 토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명절이 지나고 일상을 되찾아가는 시점에 있다. 아르바이트 일에 적응하고 어머님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필사를 하고 책도 틈틈이 읽고 일주일에 두 개의 연재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가끔 적고 싶을 때 일상의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올리며... 그렇게 더 더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세 시간의 시간 동안 밖에서 일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참 감사하다. 내게 일상의 감사를 뺀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버티며 살아왔을까. 돌아보면 모든 것이 감사고 은혜인데...


집안일을 살짝 미뤄둔 채 이 글을 적고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잠시 모든 걸 잊고 글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다. 찐한 커피 한잔에 위로를 받고 내 영원한 길이 되고 생명 되어주시는 울 아빠 아버지 계시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절망으로 속상하고 눈물이 앞을 가릴 때마다 나에겐 신앙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믿을 신, 앙망할 안이라고 했다. 앙망하는 믿음의 길. 어떠한 시련과 절망이 닥쳐와도 앙망하는 믿음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고 희망 가운데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겐 신앙의 힘이 있다. 그렇게 오늘도 신앙의 힘으로 버티고 또 버티고 살아낸다.


“아빠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연재북이 완성되었다. 30화까지 긴 여정이었지만 내가 적고 싶은 글, 막 떠오른 글들을 담아서 말이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제 진심을 담은 <그냥 꺼내보는 이야기 2>를 함께 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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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