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림 김밥 & 내가 싼 김밥
할머니와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 그때 그 김밥을 추억한다. 우리 집만의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소풍김밥이다.
할머니와 엄마의 김밥 싸기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전날 준비해 둔 것들로 김밥 속에 들어갈 재료들을 하나씩 만든다.
우리 집 김밥 속 재료는 시금치, 계란, 어묵, 당근, 유부가 들어간다. 이때 소고기 장조림을 만드는데 어묵, 당근, 유부도 함께 조린다. 소고기와 단짠 간장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다.
참고로 위 사진은 할머니와 엄마가 해 주시던 김밥을 집에 있는 재료들로 흉내 내 본 거다. 실제로 우리 집 소풍김밥은 모양이 더 먹음직하고 푸짐하다. 아쉽게도 그때 그 시절 사진은 없다. 한 번씩 만들게 되는 김밥은 항상 있는 재료로만 하게 되기 때문에 늘 아쉽지만 흉내만 내게 된다. 제대로 만들려면 유부, 장조림용 소고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에 밥을 넉넉히 깔고 계란, 당근, 유부, 어묵, 단무지를 차례대로 올려 잘 말아준다. 김밥이 제법 통통하고 크다. 장조림 김밥은 소고기 장조림의 고기들을 얇게 찢고 조림 국물을 담아내어 여기다가 찍어먹는 김밥이다. 김밥 몇 줄은 실제로 소고기를 넣어 싼다. 또 생각나는 게 계란김밥이다. 계란을 얇게 부쳐 펴고 똑같은 재료들을 넣어 몇 줄 싼다. 이 김밥도 정말 별미다. 소풍 때에만 몇 개 맛을 볼 수 있는 귀한 김밥이다.
위의 김밥은 엄마가 몸이 아프셨을 때 한동안 돌봐드렸는데 그때 싸드린 김밥이다. 흑미쌀로 만들어 더 건강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때 맛있게 드셔주셨다. 이때 속 재료를 보아하니 봄동, 당근, 단무지, 햄, 계란, 어묵이 들어갔다. 내 김밥은 그때그때 있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즉흥이다. 아마도 봄에 쌌던 거라 그런지 봄동을 활용했고 다른 재료들은 살짝 볶아서 넣었다.
우리 집 소풍 김밥을 떠올리니 할머니 엄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매년 봄, 가을 소풍 때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재료들을 준비하고 맛나게 싸주셨던 두 분의 노고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5남매는 그 김밥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추억한다. 우리 집 만두처럼 김밥도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언젠가 자리를 만들어 할머니와 엄마의 소풍김밥을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밥과 만두, 만두와 김밥은 정말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서 대대로 그 맛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우리 5형제여, 한번 모여 김밥과 만두 꼭 해 먹자. 그런데 언제 모일래?”
부모님 두 분이 다 돌아가시니 우리는 친정이 없다. 그렇다고 누구 집을 정해놓고 갈 수도 없으니 그게 참 아쉽긴 하다. 부모님 산소에서 모이거나 밖에서 모여 식사를 하는 게 다다. 이렇게 부모님의 빈자리는 컸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고 1년 반 뒤 아버지 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정말 고아가 된 것 마냥 갈 곳이 없더라. 오늘 우리 집 소풍김밥 이야기를 꺼내보며 부모님의 모습도 잠시 떠올려본다.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집만의 음식 레시피를 다 함께 재현해 볼 날을 기약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번 연재글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적게 되었습니다. 2박 3일 전라도 여행 중에 있는데 어젯밤 마지막 날 숙소 무주에 도착해 일행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글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하루 늦은 시간에 올리게 되었네요. 햐, 미리미리 해 놓을걸 그랬습니다. 이동하면서, 잠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적느라 애 먹었네요. 글쓰기는 정말 부지런함이고 성실함인걸 느낍니다. 어렵게 글 한 개 완성돼서 그래도 마음이 놓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