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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Dec 20. 2024

요가를 하며 알게 되는 내 모습


<81일차> 요가를 하며 알게 되는 내 모습

 척하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며 쓰는 기록이기에 오늘도 최대한의 괜찮은 척, 아닌 척 을 소거하여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요가원에 들어서면 되도록 사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하긴 하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서로 마구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굳이 먼저 고갤 들어 인사를 하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

 뻥이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눈에 익은 분들은 옆자리에 앉으면 먼저 인사해도 될 법 한데 내가 안 하는 거다. 편하게 해도 되는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 왜일까?


 결혼 전에는 흔히들 말하는 외향형 인간이었다. MBTI의 파워 E까지는 아니더라도 먼저 다가가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고 웃으며 인사하는 건 일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변하다니. 잘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친해지면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하고 공감 없는 리액션 같은 것들을 해야 하며 서로의 출석 여부를 물어보고 가족구성원이라던지 주말엔 어딜 여행했다던지 하는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이런 것들이 지금의 내게 약간 거북스러운지도 모른다. 누군가 불쑥 선을 넘어 내가 말했던 것들에 대해 더 말을 얹는 것도 피곤하고… 피곤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라는 문화가 있어서일까. 상대의 울타리를 넘어와 화단을 스리슬쩍 휘젓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아이를 낳고 나니 더더욱 심해졌다.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넘어오는 남들의 팔, 다리, 눈을 넋 놓고 바라보다 나의 화단이 어지러워지려는 모습을 보고서는 울타리를 조금 더 촘촘하게, 높이 올리는 마음 버릇이 생겼다.


 이런 현상은 주위 분들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뻗쳤다. 출산을 계기로 지난 30여 년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뚜렷한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서히 주변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주체성을 찾아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점점 내향인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어린 날에는 이런 것에 하나하나 스트레스를 받고 적잖이 날이 서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게 인간세상 ‘문화’라고 생각하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이 생겼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랬군요”

 등등의 말을 하고는 화제를 전환하는 법을 가지게 되었다. 주위에서 저리 말들을 얹어도 나만 내 삶에 주인 의식이 있다면 문제 될 일은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다.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겪어야 진짜로 아는 게 되는 거란 주의라. 내가 겪어야 진짜 내 거다. 그분들의 말이 맞건 틀리건 결과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정도, 힘듦도 그냥 내가 겪어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걱정을 빙자한 자기 최면식의 조언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신다.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 경험을 상대방에게도 억지로 들이미는 그런 상황들에서 종종 그들의 말투가 드세지고 언성도 적잖이 높아지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땐 진짜 나를 위한 걱정이 아닌 본인의 마음이 불안해 자기 다짐의 성격으로 반복적인 말을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다들 불안해하며 사는구나.’

 이젠 웬만큼은 듣고 잊어버린다. 살면서 사상이나 신념보다 중요한 게 이젠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 말고도 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들은 차고 넘쳤다.


 조금 못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상대에 따라 여러 궤도상의 거리를 설정해 놓는다. 이 친구는 절친, 이 친구는 달과 나의 거리 정도, 저 친구는 화성 정도. 멀어지려 하면 먼저 다다가 안부를 묻고, 가까워지면 서로 편한 바람이 지나는 거리 정도를 두고. 이게 나의 관계 방식이다.


 이미 충분히 거리를 둔 나의 안정 궤도가 있기에 누군가를 더 친구로 둔다거나 지금 상태에서 친해진다는 게 약간 좀 부대끼는 것 같다. 그것이 나란 사람의 못난 모습 중 하나다. 사람들에 대한 아량이 크지 않고 관계를 품는 그릇이 작은 것.


 지금 나는 이게 좋다. 딱 좋다. 그리고 이는 얼마든지 살면서 변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이젠 정해놓고 사는 데에 이골이 났다. 흐르는 대로 유랑하며 살고 싶다. 마음의 걸림으로부터,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그때그때의 나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라보는 일이라 생각된다. 요가가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82일차> 여름, 요가

 더워.


 덥다.


 아.


 벌써부터 이렇게 후덥지근하면 한여름엔 요가가 감당이 될까? 습한 것만 덜해도 좋을 텐데 에어컨을 틀어도 요가원은 후끈하다. 아쉬탕가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분의 1지점인데 땀이 뚝뚝 떨어진다. 아. 살짝 어지럽다. 그래도. 그래도 이걸 다 하면 뿌듯하고 개운하겠지? 땀을 많이 낸 만큼 더 개운할 거다.


 올여름도 많이 더우려나보다. 잘 먹고, 잘 자고, 긍정적인 생각 많이 하며 여름을 잘 지내보자.


 이 글을 어쩌다 읽게 되신 여러분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한국의 사계절. 그중에서 습하디 습한 우리나라의 여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나시길 바랍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도 복날에 반계탕이라도 먹는 스스로와의 작은 약속 잡으시고, 콩국수 맛집 찾아 보드랍게 호로록하는 시간도 가져 보시고, 바쁜 일정에 여름휴가는 못 가도 반차라도 내어 시원한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호로록하며 멍 때리는 소소한 즐거움 하나씩은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 나마스테.








<83일차> 되겠나 이거?

 노력하면 다 된다, 천천히 하다 보면 언젠간 된다. 하는 이야기들을 나도 계속해왔고 외부에서도 자주 접하지만 살다 보면 때때로 연습하고 노력해도 평생 되지 않을 것 같은 게 있다. 내게는 수영, 그리고 요가에서의 머리서기나 까마귀 자세(바카사나) 같은 몇몇 동작들이 그러하다.


 수영도, 머리서기도, 까마귀 자세도 시작은 늘 순조롭다. 수영도 초보치고는 물에 떠서 앞으로 곧잘 나아가고, 머리서기도 요래 조래 시도하다 보면 금세 무릎을 굽힌 채로 라도 다리를 거꾸로 들어 올리며 균형을 잡기도 하고, 까마귀 자세도 발을 못 띄워서 그렇지 곧잘 포즈는 따라 하는 편이다.


 뭐든 나는 초보치고는 배움의 절반 지점까지는 금방 따라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그 이후엔 이상하리만큼 진도가 안 나간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본적인 힘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에서도 금방 금방 힘이 풀리니 레일 중간에 멈춰서 쉬거나 뒤따라 헤엄쳐 오는 회원님들의 추진력에 놀라 허둥대다 관두기 일쑤였고, 요가의 머리서기도 힘이 풀려 자꾸 철퍼덕 바닥으로 쏟아지는 게 일상이고, 까마귀 자세는 손과 복부의 힘으로만 버티는 자세이니 만큼 역시나 내가 이게 쉽게 될 리가 없다. 요가를 잘하려고 헬스를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요령을 부릴 줄도 몰라서 조금이라도 순서나 힘을 주는 방식이 틀어지면 처음부터 다시를 반복하는 FM형이라 진도가 더 느린지도 모르겠다. 힘도 없고 요령도 없다.


 오늘은 하타요가시간에 까마귀 자세를 도전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쉽게 낙담하는 스스로가 또 싫어서 일단 하는데 까지는 하다가 결국엔 고꾸라져 실패. 요가 매트를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엔 ‘되겠나. 이거?’ 하는 혼잣말까지 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웃긴 거다. 되겠나 이거? 하면서 집에 와서 씻지도 않고 매트를 깔고 또 해보고 있다. 연달아(당연히) 실패하면 어김없이 또 이런 소리를 한다.

 “되겠냐고요.”

 결국 팔의 모든 힘을 다 써버려 스르륵 고꾸라져 매트에 풀썩 앉아버리고 나서야 나의 도전은 끝이 났다.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계속하는 이것은 장점인가요 단점인가요? 


 나에게는 힘도 없고 요령도 없지만 계속하는 지구력과 끈기, 유연함이 있다. 그리고 나름의 성실함까지. 이거 봐라. 요가 글쓰기도 요령도 없고 글 쓰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아도 차곡차곡 나름의 성실함과 지구력으로 채워가고 있지 않나(사실 중간에 쓰기를 관두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미리 써놓은 글들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써볼 생각이다).


 오늘도 요가를 하며 나를 알아버렸다.








<84일차> 물 흐르듯 요가

 다시 불면증.


 불면증이 생겼다. 어젯밤엔 많은 생각과 걱정들로 너무 힘들어서 울어버렸다. 울고 진정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두 시. 울고 나니 후련했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 마음속의 내게 많은 좋은 것들을 해주었다. 비록 늦은 잠자리였지만 그 어느 날보다 마음은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아침이 밝았고, 너 다섯 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비몽사몽 피곤하여 요가 가기가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컨디션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니 일단 가보자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항상 시작 10분 전에 먼저 들어가 이래 저래 몸을 푸는 편이다. 오늘은 피곤한 탓에 몸을 풀다가 앉은 채로 등만 축 늘어져 눈을 감고 크게 숨을 쉬었다.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원장님께서 미리 틀어놓으신 잔잔하고 신비스러운 음악과 회원님들의 작지만 분주한 소리들이 어우러져 몽롱한 가운데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풀렸다.

 ‘아. 잠이 온다.’

 갑자기 피로가 가시고 마치 샤워 한 뒤의 개운함처럼 잠이 스르륵 몰려왔다. 수업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눈을 감고 가만히 호흡만 하며 쉬어 주었다. 마치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손 끝 발 끝까지 힘을 풀어내었다. 까딱하면 잠들 뻔했지만 그냥 이대로 여기서 누워 자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덧 요가 시작시간이 되었고 일주일 중 가장 파워풀한 빈야사 요가가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전장에 나가듯, 오늘 하루 여기서 불 싸지르듯 파워를 백 프로씩 마구 내지는 못했지만 버틸 정도의 힘과 동작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은 그때그때 써줘야 했다.


 확실히 잠을 잘 못 자서 힘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한쪽 다리로 버티는 동작은 평소와 다르게 일찍 무너지고 크게 흔들렸다. 균형감각이 저하된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내가 이런 상태이니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넘어질 것 같은 동작은 할 수 있는 만큼만 취해서 버텨주었다. 이렇게 해 나가면 되는 거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냥 계속해보는 거니까.


 이런 지점에서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요가원 초반엔 평소처럼 잘 되던 건데 왜 안되지? 하며 스트레스받고 그 이유를 찾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다짐을 하는 등의 모습이었는데 이젠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아앗. 결국 흔들리다 떨어졌군. 휴.’ 하고 한숨 내쉬고는 그냥 되는데 까지만 한다. 별로 동요하지 않는 이런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에도 든다. 힘을 빼고 평소보단 적은 에너지를 쏟아낸 요가였지만 그럼에도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마침내 모든 동작의 마무리 사바아사나-


 와. 잠들 뻔했다. 원장님께서 오늘따라 사바아사나를 조금 길게 하셨더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스르륵 잠에 들 뻔했다. 속으로 ‘아. 요가원에 취침 타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해보았다.


 요가원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나 보다. 신기한 일이다.








<85일차>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오늘 요가는 진짜 뻥 안 치고 역대급으로 힘들었어요. 역대급으로 몸도 안 좋았고요. 어디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이거 평소대로 하다간 쓰러질 것 같은 거예요. 엄청 휙휙 돌고 어지럽고 몸에 기운이 진짜 하나도 없는 느낌! 뼛속까지 기력이 다 소진된 느낌!


 왜 그럴까요. 저는 이것을 ‘더위’ 때문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더위에 장시간 걸었고, 또 장시간 제대로 된 끼니를 못 먹었거든요. 어제랑 그제, 좀 바빴어요. 더위를 뚫고 볼일을 봐야 했고, 땀도 흠뻑 흘렸더랬죠. 또한 저녁에 수업 듣는 게 있어서 끼니도 대충 때웠었고요. 그래서인가 몸에 기력이 정말 하나도 없네요.


 덕분에 요가하면서 처음으로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진짜 중간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꾹 눌러 끝까지 다 해냈답니다. 아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오늘은 고기를 먹을 겁니다. 기력 보충엔 고기죠. 단백질. 지방. 하하하하. 여러분들도 잘 드시고, 잘 쉬며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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