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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Dec 27. 2024

여름의 요가

<86일차> 체력 관리를 합시다

 덥다.


 더워요.


 하. 아직 6월 중순이데 벌써 이렇게 더우면 어떡하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바깥 볼일이라도 보는 날에는 온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입니다. 추위에도 취약하지만 더위를 더 힘들어하는 이유는, 이런 열감과 더불어 하염없이 흘리는 땀 때문에 체력이 바닥나고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지없이 이번에도 떨어진 면역력으로 인해 얼굴엔 조그마한 수포가 올라와 병원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여름이면, 특히나 이맘때면 항상 피부과나 부인과를 한 번쯤은 가는 것 같아요.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관리엔 운동도 빠질 수 없죠. 하지만 더워진 날씨와 진 빠진 체력 앞에 늘 하던 요가도 평소보다 더 일찍 한계에 다다릅니다. 절반도 안 했는데 정신이 어질어질해져 혹시라도 뒤뚱거리며 넘어질까 봐 신경이 쓰입니다.


 오늘은 빈야사였어요. 더운 날씨에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원장님의 빈야사는 분명 저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살짝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단지 이 더위에 쳐진 나의 몸과 마음을 조금은 산뜻하게 끌어올려준다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해봅니다. 지난봄까지의 시간처럼, 마구 불태우고 동작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써버린다면 아마 금방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여름은, 조금 욕심을 내려놓고 몸을 잘 달래주어 에너지를 채우러 간다는 느낌으로 요가에 임해보려 합니다.


 더불어 먹는 것도 쉬는 것도 다른 계절보다 더 신경 써서 계절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제철 과일도 잘 챙겨 먹고, 몸보신이 되도록 든든하게 먹으려 노력하고, 쾌적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온도와 습도 조절에도 유의해 보려고요.


 이렇게 여름이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쾌적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한 번 또 힘내 보자구요.


 파이팅!







<87일차> 첫 부상

 아아.


 아프다.


 드디어 내게도 요가를 하며 부상이 생겼다.


 아아아아아. 더 이상… 요가를 지속할 수 없는 것 인가. 나도 모르게 생긴 부상 앞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뻥이다. 괜한 엄살을 피워봤다.


 아쉬탕가 수련 도중 차투랑가에서 업독으로 넘어가는 때에 갑자기 엄지발가락 아래 살점이 찢겨 나갈 것 같은 통증이 생겼다. 별 것 없는 찰과상일 뿐이지만 정말이지 수련에 방해가 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으윽.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인데 왜 이러지?’

 앉은 자세들로 넘어갈 때에 양쪽 엄지발가락을 재빨리 확인했다.

 ‘으잉? 살갗이 왜 이래?’

 엄지발가락 바닥 부분의 피부 껍질이 거칠게 벗겨지고 까뒤집어져 업독으로 넘어가는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오늘 내로 피를 볼 것 같은 상태였다.


 나는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후에 발가락부터 어깨까지의 몸통을 뒤로 밀었다가 업독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동작을 이어나간다. 통증은 몸통을 뒤로 미는 구간에서 주로 일어났는데, 새로 바꾼 매트의 표면이 너무 ‘고무 고무’ 한 탓에 발가락 마찰이 극대화되어 피부가 계속 쓸리고 밀리는 자극을 받은 것이다. 손, 발바닥에 땀이 많이 나도 밀리지 않아서 좋아했던 매트인데 이런 단점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누가 보면 날마다 몇 시간씩 수련하는 사람인 줄 알겠네…’

 고작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수련하는 게 전부인데 발가락이 이러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대로 가다간 피를 볼게 뻔했다.

 ‘오늘은 좀 요령껏 넘어가자.’ 


 대충 하자는 뜻이다.


 차투랑가에서 업독으로 넘어갈 때에 몸통을 뒤로 밀던 걸 관두고 그냥 발 모양만 그 자리에서 바꾸어 업독을 했다. 뭔가 불안정한 자세 같고 개운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의 발가락을 위해서라면 몇 회 정도의 수련은 이렇게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 방법을 계속 유지하면 머지않아 나는 또 발가락 피부가 벗겨질지도 모른다. 아마 선생님들마다 조금씩 다른 동작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유튜브 슨생님들의 다른 영상들도 좀 참고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나가 보는 거지.


 파이팅!!!







<88일차> 나의 반려 쥐

 요즘 요가하는 내내 자꾸만 발가락과 종아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발가락 끝까지 다리를 힘 있게 쭈욱 뻗어내는 동작에서 주로 그러한데, 마음 같아선 단번에 한 호흡으로 힘주어 동작을 해내고 싶다가도 이내 발가락 끝이 자꾸 움찔거리고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은 감각이 일어나니 쥐가 날까 겁이 나 스르륵 힘을 풀어버리고 만다.


 오늘의 몸 컨디션은 나쁨.

 더워서 깨고, 모기 때문에 깨고, 아침햇님이 일찍 출근해서 깨고. 그러다 보니 푹 잠을 자기 힘든 요즘이었는데 오늘은 네 시간 취침만에 벌떡 눈이 떠져버렸다.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새벽 다섯 시경 아예 몸을 일으켜 집안을 배회하고 미뤄둔 일을 하다가 요가를 갔는데 아이고 머리도 찌릿찌릿, 발가락도 찌릿찌릿, 눈은 뻐끔뻐끔. 너무 피곤하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괜히 다리의 쥐도 더 쉽게 오는 것 같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무리하지 않고 그 자체로 내 몸을 받아들이며 오늘의 상태와 호흡에 맞게 동작들을 이어나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래도 좀 무리 없는 동작들 위주인가? 싶다가도 여지없이 다리를 뒤로 꺾어 잡는다던지, 발 끝 포인 한 상태에서 앞으로 쭈욱 뻗는다던지 하는 동작에서 우악스럽게 또 쥐가 나려 한다. 내심 놀라서 나도 모르게 멈칫거렸다. 게다가 오늘따라 쥐가 나려는 강도가 더 세게 느껴진다. 이 정도로 다리의 상태가 안 좋았던 적이 잘 없었는데 괜히 소심해져 작게 작게 동작들을 이어나갔다.


 쥐 때문에 조금 난항을 겪었지만 살금살금 몸을 풀어가며 힘줘야 할 땐 힘주고, 집중할 땐 집중하고, 나름 기분 좋은 땀도 흘리고 나니 어느덧 사바아사나-

잠이 모자라서일까. 정말 하마터면 딥슬립을 할 뻔했다. 혹여나 잠들까 봐 호흡소리와 몸상태에 더 신경을 썼다.


 사바아사나가 끝이 나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옆으로 돌아누웠다 일어나 앉으며 고요히 나마스테 인사를 했다. 다소 산발이 된 머리를 정리하며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힘들고 피곤하고 등골이 조금 서늘할 정도로 컨디션이 나쁜 날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내 몸에 맞게 잘 풀어주고 왔다. 더불어 자꾸 내 주위를 맴도는, 이젠 줄곧 함께 할 것 같은 나의 반려 쥐도 적절히 달래어 잘 보내주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노곤 노곤 잠이 오지만 오늘 하루 타이트하게 지내야 일을 또 미루지 않는다. 잘 깨어 있다가 오늘은 좀 일찍 잠자리에 누워야겠다.


 덥다.


 잘 먹고 오늘은 꼭 잘 자야지.







<89일차> 여름 복숭아, 그리고 요가

 요가 말이에요.

 여름에 하는 요가요.

 왜 이렇게 힘든 거예요?


 정말 기절하겠네요.


 단순히 다른 계절보다 더 더워서 힘든 걸까요? 아니면 더위로 인해 평소 체력이 후달려서 더 힘이 든 걸까요? 아. 지금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글을 쓰고 있어요. 정말이지 눈꺼풀 뜰 힘조차 없네요. 폭포수 같은 땀을 흘렸어요.


 제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땀을 흘리게 될 줄 몰랐는데, 하하. 줄줄 흘러내리는 땀에 손은 미끄러워지고, 갈수록 어질 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어찌어찌 끝까지 다 해냈어요. 아. 오늘은 오래간만에 요가 중간에 입에서 살짝 쇠맛인지 피맛인지 알 수 없는 비릿한 맛이 났네요. 빨리 집에 가서 뭘 좀 먹어야겠어요. 일단 물부터…


 오늘따라 종아리는 왜 이리 아픈 건지. 단단히 당기는 두 종아리를 겨우겨우 이끌고 집으로 왔어요. 물을 마셨는데 허기는 가시지 않아요. 마땅히 먹을만한 게 없어요. 빵이 있지만 뭔가 텁텁해서 싫고, 씻고 나와서 아예 밥을 먹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이대로는 샤워하다가 기절할지도 몰라요.

 ‘뭘 좀 먹자. 먹어. 뭘 먹지… 아! 복숭아!!

 냉장고에 지난 주말 사놓았던 복숭아가 있어요! 아아. 빨리빨리. 빨리 씻어 소파에 앉아 나른하게 먹고 싶어요.


 냉장고 과일칸에서 복숭아 하나를 골라 꼼꼼하게 씻고서는 소파 끄트머리에 가지런히 앉아 적당히 잘 익어 부드러운 복숭아를 껍질째 먹기 시작했어요. 잔류 농약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렇겠죠? 하지만 모르겠고요. 저는 지금 뭐라도 먹어야 해요. 이 복숭아를 꼭 먹어야겠어요.


 한 입 두 입 베어 물 때마다 과즙이 팡팡 터져 흘러요.


 아.


 진짜 너무 행복하네요.


 여름 복숭아와 요가라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에요.


 저는 과일 중에 복숭아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여름은 싫지만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숭아 때문이에요. 아. 드디어 복숭아 철이 되었어요. 나의 행복, 나의 복숭아! 여름 동안은 이렇게 요가를 끝내고 돌아오면, 복숭아를 하나씩 씻어 먹어야겠어요. 


 하나 다 먹으니 살 것 같네요.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말리니 또 허기가 져요.

이번엔 코 끝에서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납니다. 와구와구 햄버거를 짭짭거리며 든든하게 먹고 싶어 졌어요. 먹으려고 요가하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오해예요.

 오해.







<90일차> 저게 돼?

 요가 기록을 한 지 90일이 되었다! 와악!! 열흘 치만 쓰면 끝이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뭔가 열흘밖에 안 남았으니 막판엔 좀 슬렁슬렁해볼까? 싶다가도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그간 썼던 글들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눌러 담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슬쩍 든다.  이래나 저래나 100일의 목표를 가지고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이것을 스스로가 지켜 끝낸다는 것에 아주 큰 의의를 두고 싶다. 많이 더워서 힘든 날씨지만 남은 열흘, 부지런하게 나가서 또 남은 기록 끝까지 담담하게 써야겠다.


 오늘은 아쉬탕가 시간이었다. 

 역시나 더위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렸고,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한 세트씩 끝내어 선자세에 머무를 때마다 미친 듯이 어지러웠지만, 나름의 정신력으로 스스로의 멱살을 붙잡은 채 막판까지 몰아붙였다. 거의 끝나갈 무렵, 오랜만에 선생님께서 우트플루티히 동작에 들어가셨다.


 턱 밑으로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고 동공이 풀리지만 쥐어짜듯이 스스로를 계속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하… 이것만. 이것만 마저 하자. 하자. 하자. 해보자!’

 파드마(가부좌)를 하고 양손은 양쪽 무릎 옆 바닥에 손가락을 넓게 펴 짚은 뒤, 복부를 위쪽으로 끌어당긴다.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며 하체를 바닥에서 띄우면 우트플루티히 동작이 된다. 오랜만에 해서인가 바들바들 떨린다. 10초의 카운트를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내심 걱정하며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와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저게 돼?”


 ‘읍.’

 순간 웃음이 터지며 호흡이 틀어질 뻔했다. 내가 늘 속으로만 내뱉던 말을 입 밖으로 저렇게 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저게 돼?’는 내가 늘 마음속으로 하던 내 대사였다. 그게 돼요? 아니 그게 된다고요? 와 같은 변형도 있다. 아무튼 이 대사는 내 거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다른 분의 입에서 이 대사가 나온 거다.

 ‘아. 내가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아직 자세가 엉망이다. 등허리도 곧게 잘 펴지는 편도 아니고 발도 부들부들 떨린다. 10초 카운트도 늘 잘 버티는 것도 아니어서 아직 여러모로 어설픈데 이런 얘기를 듣는다니 살짝 민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네. 되더라고요.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되네요. 저도 너무 신기해요.’


 신기하다. 요가원 선생님들도, 유튜브의 여러 요가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여러분, 꾸준히 하다 보면 다 됩니다.”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였구나, 나도 저 말을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할 수 있겠구나.


 요가가 살짝 더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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