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을 기름으로 받다
일전에 그림을 선물했던 K형으로부터 그림값을 받았다. 코로나 이전 유럽여행을 함께 다니던 그 K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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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로 그림값을 쳐줄까 생각하다가 들기름으로 결정했단다. 시골 장터에 들깨를 사러 나가 보니 들깨 한 말이 파는 사람 마음이더란다.
아무리 봐도 두 말은 돼 보이는데 한 말이라고 해서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가져와 보니 들깨만 있는 것이 아니더란다.
들깨를 털고 깨만 골라야 하는데 시골 노인은 그것이 귀찮아서 두 말을 한 말 값에 팔고 있던 거란다.
평생을 ‘낙장불입’의 정신으로 살아온 K형인지라 반품은 없다.
한 톨 한 톨 장인정신으로 골라냈다고 한다. 은퇴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영위하고 계시므로 시간은 중요치 않다.
(사진 한 장 찍어 두라고 할 걸... 이건 좀 아쉽다).
골라낸 들깨를 깨끗하게 씻고 말린 후 직접 시골 방앗간에 가서 볶지 않고 짜 달라고 했단다.
방앗간 주인
“볶지 않고 짜면 기름 얼마 안 나와요”
볶으면 기름 추출량이 1.5배 정도 많아지겠지만 들깨기름의 풍미는 떨어진다고 했다.
방앗간 주인 ‘이 냥반 뭐 좀 먹을 줄 아는 양반이네’라는 표정이었단다.
이렇게 엑스트라 버진 들기름이 나왔다.
한 숟갈 떠서 먹어보니 과연 풍미가 살아있다.
얼른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부쳐 먹어야겠다.
2021년 11월 18일 엑스트라 버진 들기름을 맛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