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Aug 30. 2019

지노 배낭여행기 - 인도편 11

돌고 돌아 다람살라로

2016년 8월 4일(목) 맑음



  비상사태로 여정이 바뀌고


원래의 북인도 여정은 1.뉴델리 —> 2.마날리 —> 3.라다크 레 —> 4.스리나가르 —> 5.다람살라 —> 1.뉴델리

눈에 쏙 들어오는 지도로 북인도 원래 여정을 보여주면 이랬다. 1번 뉴델리를 출발해서 조용한 휴양지인 2번 마날리(Manali)에서 쉬었다가 사추(Sarchu)를 지나 3번 Leh에서 3일 정도 묵었다가 카르킬을 거쳐 4번 스리나가르(Srinagar) 호수의 보트 호텔에서 1박 한 후 잠무를 거쳐 마지막 목적지인 5번 다람살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 바로 다람살라로 전 세계로부터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데 어제 스리나가르에서 파키스탄 반군과 인도 정부군 간에 총격전이 발생하여 스리나가르에 비상사태가 발발하여 모든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시내에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통행이 차단되어 당분간 스리나가르로 들어갈 수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Leh에서 스리나가르를 거쳐 다람살라 가는 길을 변경하여 스리나가르로 가지 않고 Leh에서 우회하여 모리리(Moriri) 호수를 돌아서 다시 마날리(Manali)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여정을 택하기로 하였다.




     카시미르 분쟁이란


카시미르지역을 파카스탄과 인도가 공유하고 있다

카시미르 지역은 1947년 독립 전까지는 영국의 식민지로 통치되어 별 문제는 없었으나 독립을 한 다음 해인 1948년 카시미르 지역을 놓고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무력 충돌이 있었으나 유엔의 중재로 위 사진과 같은 분할이 되어 지금까지 이르러고 있다. 그러나, 카시미르 분쟁의 근본 원인을 파헤쳐 보면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인도를 착취하기 시작한 17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는 광활한 영토에 통일된 왕국이 없이 지역마다 소영주 형태의 군소 왕국이 난립하여 지역을 통치하였는데 인도 전역에 약 500개 이상의 소영주가 통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당시에도 카시미르 지역을 통치하던 소왕국들이 종교에 따라 파키스탄과 인도로 분리되어 합병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각자가 카시미르를 자기들의 옛 영토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간의 분쟁지역인 Aksai Chin

위 지도를 보면 오른편에 Aksai Chin이란 지명이 보이는데 이 지역은 중국과 인도 간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지역이다. 원래는 인도 영토였으나 1962년 발발한 인도-중국 전쟁에서 인도가 패하여 내준 영토로 실효적으로 중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어 여전히 영토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이런 비상사태로 변경된 여정을 지도로 보여주면 아래와  같다. 마날리로 내려가서 3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서, 길이 갈리는 맨디(Mandi)에서 154번으로 바꿔 타고 북상하면 다람살라로 들어가게 된다.


마날리에서 우회하여 맨디를 거쳐 다람살라로 가는 여로





    Moriri(모리리) 호수로 가는 길을 잡고


Rani Bagh를 통과하고

온 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가는 것이 무미건조할 것 같아 조금 돌아가더라도 새로운 풍경을 보고 가려고 모리리 호수를 거쳐 가기로 하고 아침에 길을 떠났다. 첨에는 저번에 온 길을 따라 내려 가는지 눈에 익은 경치가 차창을 스쳐 지나가다가 곧 새로운 곳으로 들어서는지 첨 보는 풍광이 등장한다. Rani Bagh 라는 마을로 들어섰는데 지도나 구글맵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생각보다 아주 작은 시골마을인 모양이다.



누런 돌뿐인 황량한 돌산


이번엔 형형색상의 민둥산


눈에 약간 익은 풍경으로 저번에 마날리에서  Leh로 올라갈 때 본 듯 했다



호젓한 산중에서 만난 시골 마을


전형적인 강가 계곡의 침식형태


토양의 색상이 마치 물감을 뿌린듯하다


새로운 형상의 바위 형태


바위위에 무슨 도형을 그려 놓았다. 무얼 의미하는지?


또 다른 시골 오지 마을로 계곡 아래로 사원(곰파)도 보인다


Police Check 포인트. 오지는 오지인 모양이다. 외국인은 사전에 주정부로부터 허가증을 받아 체크 포인트마다 여권과 함께 제시하여야 한다.




이정표를 보고서야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KARZOK 이정표

북인도 오지를 차를 타고 갈 때 이정표가 없으면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모리리(Moriri) 호수로 간다고 하길래 지도를 봐도 길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길가에서 KARZOK 이란 이정표를 보았고 그 마을까지는 8km, 모리리 호수까지는 37km라고 상세하게 쓰인 이정표를 보고 나서야 여기가 어디쯤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구글맵을 불러 카르족을 찾아보니 마날리(Manali)에서 레(Leh)로 올라갈 때 점심을 먹었던 팽(Pang)과 위도가 비슷한데 길을 어디로 가는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카르족은 모리리 호숫가에 있는 마을로 북인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Karzok에 있는 Moriri 호수

지도 오른쪽 위 코너에 Pangong 호수가 보인다. 이 호수를 경계로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Karzok이라고 표시된 곳에 있는 커다란 호수가 바로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모리리(Moriri) 호수이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카르족으로 가는 정확한 길을 구글맵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계곡을 돌아나가는 메마른 강물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산 계곡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였다. 정말로      북인도 오지의 황량하고 쓸쓸한 곳이었다.


모리리 호수로 가는 길

비포장도로를 한참을 달려가니 저 멀리 왼편으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호수 가까이 가서 차를 대고 내려서, 하얀 구름과 민둥산이 푸른 하늘 아래에 함께 어우러진 호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모리리 호수로 착각하고 찍은 카르 호수

사실 라다크에서 제일 유명한 호수는 Leh에서 약

160km 떨어진 해발 4,318m에 위치한 판공초(Pangongtso)이다. 초(Tso)가 티베트어로 호수라는 뜻이니 판공 호수다. 우리는 Leh에서 사원을 둘러본다고 판공 호수를 가지 않았지만, Leh에 오는 대부분 관광객들은 판공 호수를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로 다녀오는 유명 관광지이다. 일단 호수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고 인도와 중국 국경을 이루는 매우 넓은 호수로 고산에 둘러 싸인 호수의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라다크지역의 판공호수(인터넷사진)


판공호수 전경(인터넷 사진)


모리리호수로 착각한 카르 호수(Tso Kar)

우리는 모리리(Moriri) 호수라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아니고 카르호수라고 한다. 푸른 하늘 아래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산 아래의 호수가 인터넷 사진에서 본 판공 호수의 그것과 비슷했다. 판공 호수의 짝통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Moriri 호수 마을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Moriri 호수도 북인도 라다크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여행코스다. 그러나, 원래 모리리 호수가 우리 여정에 없었고, Leh에서 까르낄을 거쳐 스리나가를 경유하여 다람살라로 가게 되어있었지만, 불안한 카시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 게릴라와 인도 정부군 간의 총격전으로 스리나가르 통행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어하는 수없이 모리리 호수를 거쳐 다람살라로 가게 되어 오늘 모리리 호수 마을에서 자고 가게 되었다.


모리리 호수 전경

호수의 폭은 5km 정도로 좁지만 길이는 약 26km나 된다고 한다. 호수가 해발 4,522m에 위치하고 있어 인도에서 제일 높은 곳의 호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평지라고 생각하며 달려온 길들이 거의 4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였음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모리리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먼 산 정상에 쌓인 만년설

모리리 호수 저편으로 보이는 산 정상에는 8월의 태양 아래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은 도도한 빙하 무리들이 독불장군처럼 호령하고 있었고, 그 아래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누런 민둥산들만 서로의 살들을 포개어 정겹게 누워 있었다.


음침하게 내려앉은 검은 구름 아래의 모리리 호수


말 그대로 산허리춤에 걸린  <자고가는 구름아>


모리리 호수로 흘러드는 실개천


구름도 넘지 못하고 쉬어가는 곳


큰 비에 떠내려온 크고 작은 돌방구들이 널브러져 있다


오지에도 어김없이 오색 깃발이 휘날리는 다르촉

  




  유목민 주거지를 지나


모리리 호수 근방에서 유목민 형태의 주거지를 지나가면서 보았다. 유목민도 정착형과 이동형 유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정착형은 목축에 풍부한 초지가 형성되어 풀을 따라 이동할 필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가능하나, 이 근처처럼 풀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가축의 먹이를 찾아 틈틈이 이동을 해야만 하는 이동형 유목 형태라 할 수 있겠다.


유목민 천막 1

유목민 텐트가 눈에 띄였고 가축을 가두는 축사는 돌들을 쌓아 올려 원형으로 큼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유목민 천막2에는 멀리 자동차도 보인다


푸른 하늘아래 겹쳐 보이는 민둥산의 살색이 제각각이다


모리리 호수 근처의 눈덮인 설산 전경


모리리 호수로 흘러드는 실개천


몇 구비를 돌아 나오자 모리리 호수가 사라졌다




 길에 대한 호기심은 가득하여


Leh 에서 다람살라까지 여로로 연두색이 오늘 이동한 길, 빨간색이 내일 이동할 길 그리고 청색이 마날리에서 다람살라로 들어간 경로다

나는 내가 지나온 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길에 대한 호기심은 어릴 적부터 엄청난 편이었다. 순전히 지도 보는 버릇 내지 취미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저 점과 선으로 연결된 이차원적인 평면에서 약간의 호기심 - 펼쳐본 지도에서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미지의 상상 - 을 더해보면 SF 공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순간이동>으로 곧 그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저 지도 속의 한 공간으로 머릿속으로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는 시간이 나서 실제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배낭을 둥쳐 매고, 여권을 움켜쥐고 가능한 교통편으로 지도 속에서 상상했던 그곳으로 <순간이동>이 아니고

지리멸렬한 이동 시간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그런 일렬의 연속적인 과정이 이 지구 상 곳곳에서 터지고 있으니 그게 바로 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유일무이 한 나의 방식이다.


왜 서두를 이렇게 길게 읊조렸나 하면, 다음 편에서 이어갈 모리리 호수에서 마날리까지의 길에 대한 기억이 마치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이어지다 끊어지다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당시 내가 심한 고산증세에 시달렸던 것 같았다. 그래도 편리한 디지털 카메라의 sequence 기능 때문에 지나온 길에 대한 기억을 어슴프레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 그노무 고산증.-jh-



전편으로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jinhokim/266


인도편 처음으로 바로가기———->

https://brunch.co.kr/@jinhokim/254



작가의 이전글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3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