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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언니 Nov 15. 2019

아빠의 애인이 생기면 (2)

책임감의 무게는 얼마였을까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아빠의 애인이 생기면서부터 가족이 함께 보내는 주말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조금씩 쌓였던 서운함이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그날은 아빠가 나갈 준비를 할 때부터 그 모습이 미웠다. 온 신경이 곤두선채로 내 방에 웅크리고 있었다. '드르륵-'하고 현관 중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우리를 남겨두고 가는 거구나. 이런 크리스마스까지.'



    결국 아빠의 뒷모습에다 대고 냅다 한마디를 질러버렸다.

    "오늘 같은 날은 우리랑 같이 있지! 아빠는 애인이 그렇게 중요해?"

    "..."

    "..."

    "철썩!"

    그 순간 아빠의 손이 나의 얼굴로 날아왔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안이 벙벙하고 서러워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물리적 아픔도 컸지만, 아빠에게 맞았다는 정신적 충격이 더 쓰렸다. 


   

   아빠도 많이 속상했을 걸 안다. 우리를 두고 간다는 미안한 마음이 정곡을 찔린 순간 그 당황스러움을 참지 못해 나온 행동이지 않았을까. 또 평소에는 잘도 이해해주던 딸이 갑자기 예상외의 행동을 하니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쓰라린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생기긴 했지만, 아빠가 애인을 만나는 것에 나의 태도나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지지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두 분의 만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자녀들까지 함께 왕래하는 사이가 되었다. 같이 식사를 했고, 서로의 집을 방문했고,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금방 가족이 될 것도 같았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이가 셋, 식구가 다섯으로 불어나는 것이 현실적인 장애물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줄여서 말하면 나와 남동생 때문이었다. 아빠의 책임감이 결국 본인의 행복보다 우리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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