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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언니 Nov 15. 2019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나의 고민을 다시 들여다보다



 

  나는 아주 작은 중학교를 다녔다. 한 학년에 두 반 남짓하고 전교생이 200명도 되지 않는 시골학교.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규모였다. 나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사정을 알게 되면 다들 딱한 눈으로 보겠지? 나를 안 좋게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 상황이 오는 걸 마치 목숨을 잃는 것처럼 생각했다. 해마다 꾸역꾸역 생활기록부에 엄마의 인적사항을 적어 넣었다. 집에 자주 오고 가는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나의 비밀을 몰랐다. 적어도 그 시절엔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고등학교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늘 붙어 다니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집의 일을 모르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3 담임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이번 전교회장 선거에 지원해보는 게 어떻겠니?"

    "네에? 정말요? 감사합니다!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부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참여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접어 버렸다.

   '학교에 찾아와 줄 엄마도 없고,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전교회장은 무슨...'

   고정관념이었는지는 몰라도 자신감이 없어졌다. 이미 나는 부적격인 것 같았다. 내가 당선이 되면 아이들도, 교장선생님도, 담임선생님까지도 나를 비난할 것만 같았다. 아빠에게 차마 이야기를 꺼내볼 수도 없었다. 다음날 교무실로 가서 쭈뼛쭈뼛 관심 없는 척을 하고는 되돌아왔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진짜 이유를 알리 없는 선생님께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었다. 그날부터 미운털이 박히고 만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필요한 순간만이라도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 오해를 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 아직 어린 친구들 중 누군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비밀로 간직하고 싶을 수는 있어. 나도 충분히 이해하는 걸... 그렇지만 예전의 나처럼 전전긍긍할 필요까지는 없어"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나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분리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 이외의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요소들을 나의 가치와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



   둘째, 타당하지 못한 평가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부모의 이혼만으로 나를 안 좋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경솔하다는 증거이다. 단편적인 정보로만 연예인을 판단하고 마치 잘 알고 있는 냥 마음대로 평가해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들이 과연 타당한가?



   째,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것을 끌어 오고, 긍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것을 끌어 온다.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들이다.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기로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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