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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바치는 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

by 지니퀸

‘내가 무인도에 있다면, 지금 이 일을 선택할 것인가?’

처음 이 질문을 접했을 때, 나는 멈칫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보자.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꿈을 이뤘다. 이 일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맞다. 이유는 단순했다.


‘멋져 보여서'


시작은 순수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내 진짜 욕망은 '자유'나 '표현'이었고, 이 직업은 그보다는 '인정'과 '사회적 평가'에 가까웠다.


10년을 준비했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현실이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조용히 퇴사를 준비했다. 카타르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그곳은 종착지가 아니었고, 나에게 더 중요한 건 '다음'이었다.


그동안 나는 목표를 '이루는 것'에 집중해왔다. 무언가 마음먹으면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나답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번에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이 아니라 내가 정의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영상과 책, 컨설팅까지.

직업 가치관마인드맵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자유롭게 내 방식대로 일하고, 누군가의 변화를 돕고,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을 원했다. 굳이 카테고리로 보자면 나는 1인 사업가, 크리에이터, 동기부여가에 가까웠다. 무언가를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던 중, 하나의 질문이 강하게 꽂혔다.

‘내가 무인도에 있다면, 지금 이 일을 선택할 것인가?’


무인도 질문’은 나에게 강력한 필터였다. 그 질문은 직업이라는 포장지를 걷어내고, 내 본질적인 욕구와 마주하게 했다. 무인도에서는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다. 아무도 내 직업에 감탄하지 않는다. 그 질문 앞에 서자,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면 꼭 서점에 들렀다. '무심코 고른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만의 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됐다. 나는 무에서 유를 감각적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점점 확신이 들었다. 나는 '승무원'이다 같은 명사형 직업으로 나를 단정짓기보다, '만들어내고 표현하고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동사형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래 기준표를 채우다 보니, 막연했던 생각들이 하나둘 머릿속에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보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가 있었다. 돌아보면 그동안 내가 느꼈던 많은 혼란은 직업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직업을 선택할 때 나만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은 되지만 자유가 없고, 멋져보이지만 나답지 않고, 뭔가 하나는 만족스러운데, 다른 하나가 계속 불편한 일들. 그런 선택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속시원히 알게 됐다.



'나에게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

한 컨설팅을 통해 처음으로 직업 선택의 기준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만의 기준표를 통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일하려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고루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글로 써보고 하나하나 뜯어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쳐 정리해본 건 처음이었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내가 해봤거나 해보고 싶었던 직업들을 비교해봤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은 내가 중요하게 여긴 항목에서 'X'가 많았다. 예를 들어 승무원은 내 기준에서 명예(스스로 당당한가)는 있었지만 시간의 자유, 나다움, 인간관계에서는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1인 사업가, 크리에이터와 같은 일은 내 기준을 대부분 충족했다. 단순히 멋져 보여서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 일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이 일, 왜 하기 싫지?'

'왜 잘하는데 재미는 없지?'

'왜 서툰데 설레지?'


그 모든 질문의 답은,

이미 당신 안에 있는 '가치관'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직업을 가질까'보다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까'

이 질문이 방향을 바꿔줄 수 있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그 기준 안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외롭고 치열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지금 기로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힌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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