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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직원 할인요? 자리가 있어야 타죠~

특권일 줄 알았던 '직원 할인'

by 지니퀸

유럽여행 가는 비행기 가격은 130만원,

그런데 승무원 직원 혜택으로 90% 할인을 받으면 편도 13만원, 왕복 26만원.

너무나 달콤한 혜택 :)


드디어 그 달달함을 느껴보는 순간.

승무원이 되어 엄마와 함께하는 첫 여행, 프랑스 파리.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샤를 드골 공항에서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빈자리 없습니다."

미리 예매했지만, 우선 순위는 언제나 고객이다. 나처럼 할인 혜택을 받는 직원은 늘 뒷순위로 밀린다. 같은 처지의 한국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 둘을 데려온 그 엄마는 막막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설마했는데 절망적이었다. 탈 수 있는 비행기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루면 돌아갈 수 있는 한국을 [강제 파리1박 - 카타르 - 방콕 - 인천] 이라는 여정으로, 2박3일이 꼬박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엄마께 너무 죄송했다. 내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날 결심했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할인이고 뭐고, 내 돈을 내고도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없었다. 다음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자리가 나길 바라며 기다릴 뿐이었다. 다음날 가능한 편도 비행기는 1인에 300만원. 2인 기준 600만원 이랜다. 공휴일이라 비싸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이걸 선뜻 결제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엄마께서 결제하신다고 하셨다. 정말이지 너무나 죄송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데만 이틀. 그동안 온종일 대기에, 환승에, 짐들고 이동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께 편한 여행을 선물해드리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 못난 딸래미였다.



승무원이 되면 직원 혜택으로 부모님 여행을 많이 시켜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 현실은? 언제나 만석.


심지어 직원인 나조차도 한국에서 도하로 갈 때, 도하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좌석이 없어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그나마 항공편이 많은 방콕에서 환승하는 방식으로 다니게 됐다. 짐을 다시 찾고 맡기고를 반복하며, 팟타이를 먹으며, 몇시간째 공항에서 대기했다가 가는게 거의 일상이었다. 한국 휴가를 오갈때면 이 과정이 아주 그냥 징글징글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료 크루들도 일본, 태국에서 환승해서 오가기를 반복하며, 서로 어느나라 어느공항에 빈 자리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직원 할인이 있다고 해도 탈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법.



엄마와 여행했던 그날, 그날따라 타이밍과 상황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한국 휴가를 오갈때마다 비행기를 못탈까 늘 느꼈던 그 조마조마함, 역시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그간 쌓였던 마음이, 엄마와의 여행에서 터졌다. 이런 식의 여행은 이제 그만하자. 내 돈 내가 벌어, 비즈니스석을 시원하게 긁어버릴 수 있는 능력까지 키우자 생각했다. 더 이상 불확실한 혜택에 의지하지 말자.


엄마는 추억이라며 웃으셨고, 딸이 더 고생했다며 꼭 안아주셨다. 그래 사실 추억도 맞다. 대기하며 엄마랑 나눴던 대화와 시간들. 그 시간들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추억도 추억이지만 더 멋진 딸로, 더 편한 여행을 선물해드리자 그렇게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사실 난 입사할 때부터 생각했다. '짧고 굵게 1년만 일하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본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거면 된 거였다. 소위 말하는 본전 뽑을 생각도 전혀 없었다. 퇴사 후 넥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휴가 때마다 동료들이 놀자고 해도 거절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온통 한곳에 쏟았다.


그렇게 난 스스로 정해둔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막연하고 먼 이야기 같았던 ‘퇴사’를.


살짝이 꺼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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