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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Sep 06. 2022

하루의 시작

아침 루틴

 토요일 아침이다. 가족이 모인 꽉차고 충만한 주말의 시작이다.

 눈을 떠보니 전자시계에 6:19가 찍혀있다. 더 자야하는 만 개의 이유를 뒤적뒤적 찾아 끄집어낸다. 하..... 아..... 더 자고 싶은 맘에 약간의 탄식같은 마음상태가 된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아지트에 앉아 커피 한 잔 내려 책과 글로 맞이하는 나만의 고요한 아침의 정경.


 벌떡 일어난다. 아침의 고요한 시간이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남은 잠을 쫓기 위해 세수를 한다. 클로브와 시나몬 향의 아로마오일을 치약 위에 한 방울 톡 떨어뜨려 양치를 한다. 입안에 화하게 시원한 기운이 가득하다. 클렌징폼으로 얼굴도 깨끗이 씻는다. 이번엔 피부탄력과 미백을 돕는 헬리크리섬과 야로우폼이라는 아로마오일을 크림에 섞어  피부케어를 마무리한다. 페퍼민트 오일로 승모근과 관자놀이를 마사지한다. 어느새 시간을 붙잡으려는 노력을 하나씩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피부노화와 뭉친 근육을 이완시킨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커피 한 잔을 내린 후 내 아지트에 앉는다. 몸 곳곳에서 풍기는 아로마향, 매혹적인 커피향이 백열불빛 아래 아지트를 따뜻하게 채운다.


 눈을 감고 느껴본다. 몇 년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내 감정을 느끼고 생각의 흐름을 인식하는 기능이 퇴화되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이라는 감정은 느끼고 생각하는 감각을 얼리면서 나를 살게 했나보다. 그래, 살아내려고 얼렸으리라. 이제는 살아있으려고 감각을 회복하고자 한다. 눈을 감고 잠든 영혼의 구석구석을 찾아 똑똑 노크한다. 느끼고 머무른다. 어떤 느낌은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느낌을 좀더 만나본다. 느낌의 색깔과 맛, 농도와 강도를 느끼고, 느낌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그대로 오고가게 한다. 따라가본다. 그 당시 그 느낌을 만든 생각의 흐름을. 그렇게 생각의 뿌리에 이르면 때로는 가슴이 저릿하기도,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수치심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고 인정해보기로 한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나라고, 그런 모습이여도 괜찮다고 나를 토닥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나는 나를 수용하기로 한다. 잃었던 나의 감각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숨어있는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아침의 이런저런 생각을 글로 이렇게 적어가고 있다. 이제는 책을 펼 것이다. 요즘은 상상력의 자극을 위해 문학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왕이면 아침동안 한 편을 끝낼 수 있는 단편소설을 선택한다. 상상력 품은 시선으로 세상을 만날 때, 더 큰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다. 공감과 이해는 그 크기 만큼의 세상을 품게 한다. 나이 탓일까,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탓일까. 굳어가는 상상력이 화석이 되기 전에 스트레칭을 시켜줘야겠다. 책을 펼치며 아침 루틴의 마지막단계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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